"차비 아끼려 한 시간 걸으면서도"…국숫집 80대 할머니 '20년의 선행'

국숫집 운영하던 88세 박승희 할머니

“가정 형편 어려워 배움 대한 갈망 커”

아들 근무지에 매년 ‘안동장학금’ 전달

인하부중에 100만 원 마지막 장학금

박승희 할머니. 사진 제공=인하부중

80대 할머니가 국수를 팔아 어렵게 모은 돈을 20년간 중·고등학교에 꾸준히 기부해온 사실이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31일 인하대학교사범대학부속중학교(이하 인하부중)에 따르면 박승희(88) 할머니는 최근 인하부중에 100만 원의 장학금을 전달했고, 학교 측은 지난 30일 학생 5명에게 장학금을 수여했다.

지난 20년간 경기도 광명에서 조그마한 국수가게를 운영한 박 할머니는 인하부중 외에도 안산강서고, 인천교육대안지원센터 등 아들 김창완(60) 씨의 근무지에 매년 100만∼200만 원씩 총 2000만 원을 국수가게 이름을 따 ‘안동장학금’으로 기부해 왔다.

박 할머니의 아들 김창완 인하부중 교장직무대리는 “어머니가 허리가 아프셔서 1년 전 국수가게를 정리해 이번 장학금이 어머니 생애 마지막 장학금이 될 것 같다”며 “노점상과 국수가게를 하며 어렵게 모은 돈을 흔쾌히 전달하는 어머니의 굽은 손가락을 보니 가슴이 먹먹하다”고 말했다.



이어 “어머님이 버스 차비 500원을 아끼려고 무거운 짐을 잔뜩 이고 1시간을 걸어오시는 것은 기본이고 평생 당신을 위해서는 1000원짜리 한 장 맘대로 못 쓰셨다”며 “어려운 학생들에게 어머니의 마음을 잘 전달하는 것으로 감사의 마음을 대신하겠다”고 전했다.

박 할머니는 “어릴 적 가정 형편이 녹록지 않아 초등학교 입학도 못 해 배움에 대한 갈망이 컸다”며 “나 같은 사람이 없길 바라는 마음에 말년에는 꼭 장학금을 기부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경북 봉화에서 서울로 상경해 산동네 판잣집을 전전하면서 4형제를 키운 박 할머니는 행상과 노점상을 전전하며 어렵게 생계를 꾸리다 65세부터 국수가게를 시작하면서 수입 일부를 장학금으로 쾌척해 왔다.

김창완(가운데) 인하부중 교장직무대리. 사진 제공=인하부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