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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애인 3분, 휠체어론 20분…이런 환승 없길”

■‘교통약자 지하철 환승지도’ 홍윤희 무의 이사장

80개역 승강기 위치 등 정보 담아

장애인에게 집 밖은 두려운 장소

휠체어 4살 딸도 어린이집서 외면

계단·사회편견·심리적 위축 등

‘3가지 턱’ 사라진 세상 만들어야





“장애인들은 집 밖을 나가면 넘어야 할 ‘턱’이 많습니다. 바로 장애 요소들이죠. 이 때문에 장애인들이 외출을 두려워하는데 이 턱이 없어질 때 비로소 장애인들에게 존재하는 ‘마음의 턱’도 없어질 것입니다.”

홍윤희 무의 이사장은 장애인들이 세상으로 나올 때 걸림돌이 되는 턱을 세 가지로 분류한다.

홍 이사장은 “계단만 있고 경사로가 없어 휠체어 이용자들이 상가 건물 등 특정 장소에 쉽게 들어갈 수 없는 ‘물리적인 턱’, 식당이나 쇼핑몰 등에서 장애인 손님을 꺼려 하는 ‘인식의 턱’, 장애인 스스로 아무 곳도 갈 수 없다고 생각해 움츠러드는 ‘심리적인 턱’ 등 큰 틀에서 세 가지 턱이 장애인들을 힘들게 한다”며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생활이 가능하고, 이를 위해서는 먼저 턱이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는 무의미하다’는 뜻의 무의는 턱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2015년 홍 이사장, 김건호 이사 등 뜻이 같은 이들이 결성한 모임이다. 다음 해에 협동조합으로 설립됐으며 현재는 사단법인 형태다.

전자상거래(e커머스) 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홍 이사장이 무의를 설립하고 턱 없는 세상 만들기에 나서게 된 출발점은 딸이었다.

그는 “2006년 태어난 딸은 척추에서 암이 발견돼 네 살 때부터 휠체어를 타게 됐는데 어린이집에서도 쉽게 받아주지 않는 등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턱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세상은 아직 장애인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어 작은 힘이나마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꾸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고 말했다.

홍윤희(왼쪽 두 번째) 이사장과 무의 팀원들이 10월 21일 ‘모두의 1층 민관협력컨퍼런스’ 행사를 마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무의


무의는 물리적인 턱 없애기에 주력하는데 그중에서도 장애인이 비장애인처럼 대중교통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서울시 교통 약자 지하철 환승 지도’가 대표적인 활동 사례다.

서울디자인재단, 티머니복지재단, 계원예대, 시민 자원봉사자 60여 명의 도움을 받아 만든 이 지도에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 유모차 이용자 등 교통 약자를 위한 서울 80개 역의 정보가 나와 있다.



홍 이사장은 “서울시 교통 약자 지하철 환승 지도가 일반 지도와 다른 점은 리프트·승강기(엘리베이터) 등을 탈 수 있는 위치가 구체적으로 설명돼 있다는 것”이라며 “휠체어 이용자의 이동 속도에 맞춰 환승 소요 시간을 안내해줘 이동 편의성을 높여준다”고 설명했다.

2016년부터 만들기 시작해 올해 여름 완성된 서울시 교통 약자 지하철 환승 지도는 무의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그는 국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지도 앱에 서울시 교통 약자 지하철 환승 지도를 탑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홍 이사장은 “지하철 환승역에서 비장애인이 3분이면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휠체어 이용자에게는 평균 20분이나 걸린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모든 교통 약자들이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지도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애초부터 교통 약자를 위한 안내판 등이 있었으면 서울시 교통 약자 지하철 환승 지도를 만들 필요도 없었다”면서 “무의의 목표는 이 지도가 잘 활용되는 것보다 장애인들이 지하철 환승에 불편함이 없도록 지하철역마다 교통 약자를 위한 시스템이 갖춰져 지도가 필요 없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장애인에게 동정의 시선을 보내지 말 것을 당부했다. 지금은 18세가 된 딸이 어릴 적 휠체어를 타고 다니면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이 불쌍하다며 1000원짜리 지폐를 건네곤 했다는데 장애인은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홍 이사장은 “장애인에게 도움을 주려고 할 때 ‘괜찮다’고 하면 상처받을 필요가 없는 게 그들도 스스로 할 수 있으니 도움을 거절하는 것”이라면서 “장애인을 평범한 사람으로 대하면 그들도 편안해 한다”고 강조했다.

홍윤희(오른쪽) 이사장이 지난해 딸과 함께 프랑스 파리를 여행하면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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