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구글에 글로벌 국내총생산(GDP)를 웃도는 천문학적 규모의 벌금을 부과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방의 대러 제재에 대한 정치적 보복성 조치라는 분석이다.
31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러시아 법원은 구글이 러시아 친정부 언론매체의 유튜브 채널을 차단한 혐의로 2언데실리온 루블(약 200구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는 IMF 추산 글로벌 GDP(약 110조 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루블로는 ‘0’이 36개, 달러로는 34개가 붙는다.
구글은 2020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차르그라드와 리아통신, 로시야24 등 친러 성향 언론사 17개의 유튜브 채널을 삭제했다. 러시아 언론사들은 이에 반발해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러시아 법원은 구글에 채널 복원을 명령하고 불이행 시 하루 10만 루블(약 142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일주일간 거부하면 금액을 두 배로 늘리라고 명령했다. 구글이 장기간 이를 거부하면서 벌금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벌금 집행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시가총액이 1조1700억 달러(약 1614조7000억 원)에 불과한데다 구글은 이미 2022년 러시아 현지법인 파산을 신청하고 사업을 중단한 상태다.
더타임스는 "구글이 벌금을 완납하려면 56억6500만년이 소요될 것"이라며 “돈을 받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러시아 법원이 정부의 도구로 전락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IT업계는 이번 조치가 실질적 처벌이 아닌 상징적 경고라고 평가했다. 러시아는 최근 서방 기업에 대한 법원 권한을 확대하는 등 새로운 법률을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폴크스바겐, 바클레이즈에 이어 빅테크 기업까지 러시아발 지정학적 리스크에 노출된 모양새다.
블룸버그는 "이번 사건은 다국적 기업들이 러시아 법체계에 취약하게 노출됐고 고조되는 지정학적 갈등의 전쟁터로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짚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