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덕에 울산시민들이 적지 않은 돈을 번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아연 1인 1주식 갖기 운동’을 제안했던 김두겸 울산시장을 비롯해 이 운동에 참여했던 여러 시민사회단체 회원, 지역 상공계 관계자 등의 주머니가 두둑해졌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건 추석 전이다.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9월 13일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은 66만 원이었다.
이에 김두겸 울산시장은 추석 다음날인 1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비판했으며, 연휴가 끝난 19일 ‘고려아연 1인 1주식 갖기 운동’을 제안하며 본인도 직접 주식을 산 뒤 인증샷까지 남겼다.
울산시에 따르면 다음 날인 9월 20일 울산사회단체연합을 시작으로 10월 초까지 울산시청에서만 34개 단체가 고려아연 1인 1주식 갖기 운동에 동참한다는 릴레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인원만 626명이었다. 이들 단체와 함께 울산시 산하 5개 구군에서도 다양한 단체들이 참여했으며, 지역 상공계에 노동조합까지 더해 1000여명이 넘는 인원이 직접 참여 의사를 밝혔다. 고려아연 1인 1주식 갖기 릴레이는 10월 10일까지 이어졌다.
김두겸 울산시장이 주식을 샀다고 인증샷을 올린 9월 19일 종가는 70만 7000원. MBK의 공개매수만 진행됐던 9월 고려아연 주가는 73만 5000원까지 상승했다. 10월 들어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시작한 뒤로 종료일인 23일까지 주가는 87만 7000원까지 올랐다.
고려아연이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은 89만 원이다. 고려아연 1인 1주식 갖기 운동에 참여했던 많은 시민들은 해당 운동의 취지에 맞게 89만 원 공개매수에 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시장은 주식 매입 당시 주변에 “고려아연 주식 갖기 운동을 제안하면서 1주만 살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인에 따르면 김 시장은 10주 이상을 샀으며, 가족들에게도 주식 매매를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아연 1인 1주식 갖기 운동 초기에는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공개매수가 끝나면 다시 주가가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공개매수 전 주가는 50만 원대였다. 공무원들 사이에선 “기자회견에 참석해 놓고, 실제 주식은 사지 않은 사람도 많을 거다”는 농담이 있었다. 하지만 고려아연이 대항 공개매수를 발표하자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최소 89만 원은 확보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의 대항 공개매수 마지막 날이었던 10월 23일 울산시청 주변 분위기는 밝았다. 이날 점심시간 울신시청 주변 식당에 모인 이들의 대화 주제는 ‘주식 수익’과 ‘공개매수에 응하는 방법’이었다. ‘누가 얼마에 몇 주 사서 얼마나 벌었느냐’가 주된 대화였다. 당시 한 국장급 공무원은 “20만 원 정도 손해 볼 거라 생각하고 1주 샀는데, 15만 원 정도 벌었다”며 “고려아연 덕에 직원들에게 커피 돌렸다”고 말했다.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은 이들도 시세차익을 거두고 있다, 고려아연 1일 종가는 100만 4000원이다.
상황은 장기화하고 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여전히 진행 중으로 김 시장은 10월 31일 ‘고려아연 1인 1주식 갖기 운동’을 다시 제안했다.
김 시장은 “울산시정을 책임지고 있는 시장으로써 120만 시민의 단합된 힘을 다시 한번 보여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라며 “과거 외국계 헤지펀드 소버린 자산운용으로부터 SK를 지켜낸 소중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위대한 울산시민의 힘으로 향토기업 고려아연을 지켜내자”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9일 154만 3000원까지 올랐던 고려아연 주식의 1일 종가 100만 4000원으로 내렸지만, 주식갖기 운동에 많은 시민들이 참여했던 시기 평균가인 70만 원대 보다는 여전히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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