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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극단 선택했나'…믿기 힘든 죽음, 심리 부검으로 밝힌다

국과수, 군 발생·수사기관 인지 자살 사건 감정

감정 의뢰 2022년 11건→2023년 38건 급증

지난 7월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대학교 대운동장에서 초등교사노동조합 주최로 열린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1주기 추모식에서 교사들이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도 원주시 소재 국립과학수사원을 찾았던 지난 10월 29일. 오전에 시신 부검이 끝난 상태였지만 오후에는 또 다른 부검이 진행 중이었다. 심리 부검. 수사기관과 유족들은 가족이 왜 세상을 떠났는지, 죽음을 왜 결심했는지 이유를 밝히기 위해 국과수 감정관들을 찾았다.

심리 부검은 자살로 사망한 대상자(혹은 자살이 의심되는 대상자)의 자살 원인 및 자살에 이르게 되는 심리적 과정을 추론하는 감정이다. 유서·진술서·소셜미디어(SNS) 등 각종 가용할 수 있는 자료를 분석해 대상자의 심리적 상태를 추출하고, 이를 토대로 원인 및 과정을 추론한다. 자살 예방 목적이 아닌 행정적 및 사법적 처리를 위한 심리 부검이 법 심리 부검이다.

사회적으로 자살이 심각한 문제가 되면서 극단적 선택을 한 원인 규명 필요성이 커졌다. 군 복무 중 벌어진 자살 사건의 경우 중립적인 감정 기관이 법심리부검을 실시해 유가족의 불신을 불식시키는 일도 중요해졌다.

법 심리 부검 중요성이 대두된 것은 행정적 및 사법적 처리를 위한 자살 원인 규명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2012년 군의 전공사상자 처리 훈령 개정으로 군내 자살 사건 중 공무와 상당한 인과 관계가 인정될 시 순직 처리가 가능해졌다. 훈령 개정 이후 군내 자살 사건 발생 시 군내의 요인이 자살에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객관적 검증이 필요해졌다.



이에 따라 국과수 역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법 심리 부검 감정은 실질적으로 국과수에서만 수행하고 있다. 군 자살 사건 및 수사 기관에서 인지한 자살 사건에 대해 법 심리 부검 감정을 실시한다. 군 내부 원인으로 자살한 병사와 사회적으로 주목받은 자살 사건의 원인과 과정을 규명해 사건 해결에 기여한다.

국과수는 군에서 발생한 자살 사건 중 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을 경우 감정을 수행한다. 유서, 주변인 진술, SNS 기록, 병원의무기록 등 수사 기록 일체를 제출받아 방대한 자료 속에 숨겨져 있는 자살자의 심리 상태를 추출하고 분석한다. 변사자의 자살 동기를 분석하기 위해 유가족 면담을 실시하고, 면담 과정에서 수사 기록에서 발견할 수 없는 정보를 찾는다. 이를 종합해 대상자의 자·타살 가능성 추론, 자살에 영향을 미친 중요 요인 도출, 시간의 흐름에 따른 대상자의 심리적 과정 추론, 군 내부 요인의 자살 행동 영향 여부 추론 등을 진행한다.

최근 법 심리 부검이 주목받은 사례로 고(故) 이예람 중사 사건과 서울 서이초 교사 사건을 꼽을 수 있다. 공군 성폭력 피해자인 이 중사 사망 사건을 수사한 특별검사팀은 2022년 6월 국과수에 이 중사에 대한 심리 부검을 의뢰했다. 2023년 10월 경찰은 국과수에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서이초 교사의 심리 부검을 의뢰했다. 국과수는 “사회적으로 자살의 원인 규명이 중요한 사건이나 제주도 제3산록교 사건과 같이 사고사 혹은 자살을 가장한 타살이 의심되는 사건의 경우 변사자의 사망 당시의 심리적 상태 및 자살에 영향을 미친 요인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법 심리 부검 감정 의뢰는 증가세다. 2022년 11건이었던 의뢰 건수는 2023년 38건으로 약 3.5배 증가했다. 올해는 약 30건의 감정이 예상된다. 국과수는 법 심리 부검 전담 감정을 신설해 여러 기관에서 의뢰된 감정을 수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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