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미국 정부는 인공지능(AI)을 핵무기같은 국가의 전략 자산으로 간주해 개발을 지원하고 위협을 통제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AI에 관한 ‘국가 안보 각서(National Security Memorandum)’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AI 개발 지원을 위한 AI 인재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컴퓨팅 인프라에 대한 허가 절차 등을 간소화하고, AI 통제를 위해 자국 AI 기술에 대한 외부 접근과 AI를 이용한 무기 제조 및 사용 등의 차단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제 AI가 원자력 기술과 비견되는 기술로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두 기술은 몇 가지 점에서 유사하다.
첫째, 엄청난 혁신성을 지니고 있어 국가경쟁력과 안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원자력은 에너지·의료·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AI 역시 의료 진단, 자율주행, 금융, 법률 분석 등 사회·경제 모든 영역에서 영향을 미친다. 둘째, 이중용도(dual use)를 지닌 기술로 양면성을 갖는다. 원자력은 발전을 통한 청정에너지 공급이나 암 치료 같은 이점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핵무기라는 파괴적 위험 요소로 활용될 수 있다. AI 또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동시에 프라이버시 침해, 편향적 의사결정, 자동화에 따른 실업 등의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셋째, 국제적 규제와 관리 필요성이 있다. 원자력 기술은 이미 핵확산방지조약(NPT) 등 국제적인 규제와 감독을 통해 통제되고 있다. AI 기술도 점점 더 국제적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관리돼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넷째, 고급 인력과 대규모 자본이 필요하다. 핵 기술은 원자력 공학, 물리학 등 고도의 과학적 지식과 시설 투자가 필요하다. AI 역시 컴퓨터 과학, 수학 등 전문 지식과 고성능 컴퓨팅 자원이 요구된다.
이런 이유로 인해 주요국은 모두 AI를 국가 핵심 자산으로 보고 핵 보유와 같은 선상에서 AI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영국 언론기관인 토터스미디어가 발표한 2024년 글로벌 AI 인덱스에 따르면 각국의 AI 경쟁력은 미국이 1위, 중국이 2위, 싱가포르가 3위, 영국이 4위, 프랑스가 5위, 한국이 6위를 차지했다. 싱가포르를 빼면 한국보다 상위 국가는 모두 핵보유국이다.
또 미국은 글로벌 AI 지수에서 거의 100점을 기록하며 53.9 점을 기록한 중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와 압도적 격차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 AI 역량 강화를 위한 명확한 국가전략을 바탕으로 정부 전략에서 높은 순위를 달성했으나 법률로 통과된 AI 관련 법안 수 등을 측정하는 운영환경에서 큰 폭의 하락세다.
한국이 최고 수준의 원자력 기술을 보유한 것처럼 AI 분야에서도 최강의 경쟁력을 갖춰 정부의 목표대로 3대 강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AI 기본법 마련을 비롯해 고급 AI 인재 유치를 위한 국내 법·제도 환경 정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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