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불과 2주도 남지 않은 시기. 전국의 수험생들은 물론, 그들의 가족들도 불철주야 뜨거운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필자의 병원이 위치한 목동 역시 학원가로 유명한 만큼 수능을 앞두고 긴장감이 맴돈다. 수능 당일 최상의 컨디션을 발휘하기 위해 건강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는 분위기다.
수험생들 못지 않게 이들의 성공적인 시험을 간절히 바라는 조력자가 있다. 다름 아닌 교사들이다. 교사들은 장시간 서서 칠판에 글을 쓰는 것은 물론 컴퓨터에 앉아 행정 업무도 봐야 하기에 각종 근골격계 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매년 수능이 다가올 즈음엔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다. 그 결과 혈관 수축에 따른 근육과 인대의 경직이 발생해 근골격계 통증이 심화될 수 있으므로 선생님들도 건강 관리에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특히 ‘오십견’은 교사들의 대표적인 직업병이다. 한국산학기술학회논문지에 게재된 한 연구에 따르면 중·고등학교 교사 23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절반 이상의 교사가 업무로 인한 관절 통증, 불편감(뻣뻣함, 저림 등)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불편한 증상이 가장 많이 나타난 부위는 어깨가 30.0%로 가장 많았고, 목이 26%로 뒤를 이었다.
오십견은 어깨 관절이 굳어 움직임이 제한되고 어깨 통증을 유발하는 만성질환이다. 정식 명칭은 ‘유착성관절낭염’인데 50대 즉, 중년층에서 주로 발생한다고 해서 흔히 오십견으로 불린다. 어깨가 얼어붙은 것처럼 굳었다는 뜻의 ‘동결견’이라는 표현도 통용된다. 최근에는 젊은 층에서도 유착성 관절낭염이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30~40대 유착성 관절낭염 환자는 16만474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3년 13만 7114명과 비교하면 10여년 새 20% 이상 증가한 것이다. .
유착성 관절낭염의 발생 원인은 어깨의 반복적인 사용, 운동량 부족, 어깨 관절의 퇴행성 변화 등으로 다양하다. 심하면 팔을 움직이기 힘들 정도의 통증이 느껴져 옷을 갈아입는 등 간단한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받게 된다. 숙면을 방해하는 야간통이 동반될 수도 있다.
유착성 관절낭염 치료에는 항염증제, 주사, 물리치료 등 보존적 치료가 활용된다. 국내에서는 한의치료를 선택하는 환자들도 많다. 한의의료기관에서는 유착성 관절낭염을 치료할 때 침·약침, 추나요법, 한약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한다. 그 중 약침 치료는 침 치료와 한약 추출물의 치료 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염증과 통증을 빠르게 완화시킨다. 손상된 신경, 연골 등 연부조직의 회복을 촉진하기 때문에 유착성 관절낭염 외에도 다양한 근골격계 질환의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유착성 관절낭염에 대한 약침 치료의 효과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됐다. 자생한방병원 연구진이 SCI(E)급 국제학술지 ‘통합의학연구(Integrative Medicine Research)’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치료가 끝난 직후인 7주 차와 최종 관찰 시점인 13주 차 모두 약침 치료군이 물리치료군보다 대부분의 지표에서 더 나은 결과를 보였다. 통증 숫자 평가 척도(NRS)로 평가한 통증 정도는 두 군 모두 치료 전 중증 수준인 7을 기록했다. 약침 치료군은 7주 차에 평가한 NRS가 1.63으로 떨어져 약 7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물리치료군은 같은 기간 3.85로 45% 감소하는 데 그쳤다. NRS는 0~10점 사이의 점수로 표현되며 점수가 높을수록 통증이 심한 상태임을 의미한다. 통증을 시각적으로 표시하는 통증 시각 평가 척도(VAS) 기준으로도 약침 치료군의 통증 감소 효과가 뛰어났다.
추운 날씨와 긴장된 환경이 이어지다보면 수험생들 못지 않게 선생님들도 피로가 쌓이기 쉽다. 수험생과 선생님 모두 최상의 컨디션으로 수능일을 맞이하고, 뜻 깊은 결실을 맺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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