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원대 '먹튀 주유소' 조세포탈 사건에 피의자가 단 한 명이다?”
검찰은 올 초 경찰로부터 이른바 먹튀 주유소 사건을 넘겨받았다. 사건 피의자는 명의사장 1명뿐이었다. 규모가 전국적이고 조세포탈 금액도 100억원 안팎으로 보이는데 혐의자가 더 많을 것을 직감한 용태호(사법연수원 36기) 인천지검 형사제4부 부장검사 등 수사팀은 경찰에 실운영자를 재확인하라는 취지로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또 경찰의 보완수사와 함께 검찰은 이미 확인된 실운영자에 대해 총책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추가 수사와 강제수사를 통해 검찰은 먹튀 주유소의 규모가 인천과 경기, 충남, 전북 등 전국 단위인 것을 확인했다. 이들은 불법 석유를 사들여 단기간에 팔아 부가가치세나 소득세 등 세금을 내지 않고 폐업하는 방식으로 139억원 수익을 낸 것으로 봤다. 수면 아래 있었던 총책과 석유판매업자도 체포했다. 총책 A씨 등 2명은 2021년 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인천과 경기 용인 등에서 바지 사장을 두고 주유소를 운영하면서 81억 원 상당의 석유를 불법으로 사들여 팔았다. B씨도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충남 논산과 전북 군산 등에서 주유소 2곳을 운영하면서 석유 58억 원어치를 불법으로 사들이고 판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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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씨는 수사망이 좁혀들어오자 바지 사장을 내세웠다. 바지 사장들에게 경찰에 출석해 실제 주유소 운영자인것처럼 자백하게 했고 이들이 허위 자백을 거부하면 또 다른 바지 사장을 내세우는 대담함도 보였다. 특히 이들은 경찰에게 수사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출신의 한 법무법인 사무장은 A씨 등과 연결된 브로커를 통해 100만원을 받고 수사 담당 경찰관에게 편의를 봐달라고 청탁했다.
지난 9월 검찰은 A씨와 B씨에 대해 조세범처벌법위반, 석유사업법위반 등으로 재판에 넘겼다. 이밖에 무등록 석유판매업자와 명의사장 및 모집책, 전직 경찰 출신 사건 브로커 등 10명도 기소했다.
용 부장검사는 “피고인들은 3년에 걸쳐 단기간에 무자료 석유를 판매하고 세금을 포탈한 채 폐업한 뒤 명의사장만 교체하는 방법으로 수사망을 피해 계속 먹튀 주유소를 운영했다”며 “바지 사장 1명에 대해서만 송치한 사건을 재확인하라는 취지로 보완수사를 한 덕분에 범행의 전모를 규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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