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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사장 내세운 먹튀 주유소…檢 보완수사에 일당 12명 덜미 [수사의 촉]

<15> 조세포탈

130억대 석유 불법판매 후 폐업

한명 뿐인 피의자에 의구심 커져

전직 경찰 브로커 등 무더기 기소





“100억원대 '먹튀 주유소' 조세포탈 사건에 피의자가 단 한 명이다?”

검찰은 올 초 경찰로부터 이른바 먹튀 주유소 사건을 넘겨받았다. 사건 피의자는 명의사장 1명뿐이었다. 규모가 전국적이고 조세포탈 금액도 100억원 안팎으로 보이는데 혐의자가 더 많을 것을 직감한 용태호(사법연수원 36기) 인천지검 형사제4부 부장검사 등 수사팀은 경찰에 실운영자를 재확인하라는 취지로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또 경찰의 보완수사와 함께 검찰은 이미 확인된 실운영자에 대해 총책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추가 수사와 강제수사를 통해 검찰은 먹튀 주유소의 규모가 인천과 경기, 충남, 전북 등 전국 단위인 것을 확인했다. 이들은 불법 석유를 사들여 단기간에 팔아 부가가치세나 소득세 등 세금을 내지 않고 폐업하는 방식으로 139억원 수익을 낸 것으로 봤다. 수면 아래 있었던 총책과 석유판매업자도 체포했다. 총책 A씨 등 2명은 2021년 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인천과 경기 용인 등에서 바지 사장을 두고 주유소를 운영하면서 81억 원 상당의 석유를 불법으로 사들여 팔았다. B씨도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충남 논산과 전북 군산 등에서 주유소 2곳을 운영하면서 석유 58억 원어치를 불법으로 사들이고 판매했다.



A·B씨는 수사망이 좁혀들어오자 바지 사장을 내세웠다. 바지 사장들에게 경찰에 출석해 실제 주유소 운영자인것처럼 자백하게 했고 이들이 허위 자백을 거부하면 또 다른 바지 사장을 내세우는 대담함도 보였다. 특히 이들은 경찰에게 수사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출신의 한 법무법인 사무장은 A씨 등과 연결된 브로커를 통해 100만원을 받고 수사 담당 경찰관에게 편의를 봐달라고 청탁했다.

지난 9월 검찰은 A씨와 B씨에 대해 조세범처벌법위반, 석유사업법위반 등으로 재판에 넘겼다. 이밖에 무등록 석유판매업자와 명의사장 및 모집책, 전직 경찰 출신 사건 브로커 등 10명도 기소했다.

용 부장검사는 “피고인들은 3년에 걸쳐 단기간에 무자료 석유를 판매하고 세금을 포탈한 채 폐업한 뒤 명의사장만 교체하는 방법으로 수사망을 피해 계속 먹튀 주유소를 운영했다”며 “바지 사장 1명에 대해서만 송치한 사건을 재확인하라는 취지로 보완수사를 한 덕분에 범행의 전모를 규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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