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이번 주 677조 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에 본격 돌입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예고한 반면 국민의힘은 ‘포퓰리즘 예산 방어’를 내세워 올해도 예산안 처리가 법정 기한(12월 2일)을 넘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오는 4일 예산안 시정연설이 ‘총리 대독’으로 가닥이 잡히며 여야는 예산 정국의 시작부터 강하게 대치할 전망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총리 대독 방침을 전하며 “민주당이 대통령을 탄핵하겠다고 거리에 나서는 상황에서 차분한 시정연설이 되겠나”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2013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7∼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도 예산 심사를 둘러싸고 여야 간의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31일 예산안 공청회에서부터 정부의 긴축 기조를 두고 강하게 맞붙었다. 국민의힘은 “안보 정세를 고려하면 당연히 긴축 기조로 갈 수밖에 없다”며 정부를 방어한 반면 민주당은 “감세와 긴축 재정이 경기 침체의 악순환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야는 예산 삭감·증액 대상을 놓고도 신경전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민생토론회 공약 사업과 김건희 여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는 ‘전 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 등의 예산 삭감을 준비하고 있다. 검찰 등 권력기관 특수활동비와 업무추진비 등도 주요한 삭감 대상으로 보고 있다.
한편으론 이재명 대표가 강조하는 지역화폐 추가 발행 예산과 고교 무상교육 예산 등에 대한 증액을 검토 중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고교무상교육 예산이 정부안에서 대부분 삭감되어 있다. 뒤늦게 국민의힘도 고교무상교육 예산을 확보한다고 하니 국민의힘이 증액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분명하게 살피겠다”고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지역화폐 등 ‘이재명표 예산’ 증액을 차단하는 한편 정부 예산안 원안이 통과되도록 총력 지원할 방침이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막연히 여사를 덧칠해 ‘정쟁 예산’이라며 삭감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후안무치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국회는 4일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7~8일 국회 예결위 종합정책질의, 11~14일 부처별 심사, 18~25일 소위 심사를 거쳐 29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예산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다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국회는 2년 연속 예산안 법정 기한을 지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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