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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브레트의 법칙





독일 화학자 율리우스 브레트는 탄소 원자 기반의 유기화합물을 연구하던 중 새로운 가설을 세웠다. 탄소 원자 사이에 이중결합이 존재할 경우 이에 연결된 원자는 모두 같은 평면에 있어야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중결합은 양팔을 모두 맞잡고 있는 것에 비유된다. 만약 평면에서 벗어나 입체적인 구조가 된다면 두 팔 중 한 팔이 끊어지며 매우 불안정한 구조가 된다. 브레트는 자신의 생각을 1902년 학계에 공론화해 1924년 이론으로 정립했다. 이것이 ‘브레트의 법칙’이다. 올레핀은 탄소 사이에 이중결합을 가지고 있는 화합물로 폴리에틸렌 등 유용한 물질의 합성 원료로 사용된다.

100년 동안 정설로 인정받아온 브레트의 법칙에 벗어난 연구 결과가 지난달 31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렸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화학·생화학과 닐 가그 석좌교수팀은 브레트의 법칙에 어긋나는 물질인 ‘항브레트 올레핀(anti Bredt olefin)’을 활용해 새로운 화합물을 합성할 수 있는 우회로를 제안했다. 미국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는 “화학자들의 법칙을 깨고 100여 년의 통념을 뒤집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가그 교수팀의 기념비적인 연구는 신약 개발에서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브레트의 법칙에 위배돼 제작 자체가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신약 후보 물질을 탐색·개발하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학계에는 브레트의 법칙을 따르지 않는 ‘항브레트 올레핀’ 후보군으로 200종이 넘는 사례들이 보고됐는데 아직까지 입증이 완결된 것은 없다. 그럼에도 가그 교수팀의 연구는 기존 이론의 틀에 갇히지 않고 창의적 연구에 도전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우리 정부와 국회도 과학자들이 도전적 프로젝트에 과감히 뛰어들 수 있도록 실패를 용인하는 연구개발(R&D)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아울러 그 성과를 응용해 우리나라의 바이오·제약 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도록 적극적인 예산·세제 지원, 규제 혁파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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