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 시간) 동유럽 소국 몰도바에서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가 시작됐다. 투표 결과에 따라 몰도바의 운명이 친유럽 또는 친러시아 노선으로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재선에 도전하는 친유럽 성향의 마이아 산두 현 대통령과 친러시아 정당의 지지를 받는 알렉산드르 스토야노글로 전 검찰총장이 결선투표에서 맞붙었다.
산두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대선 1차 투표에서 42.5%의 득표율을, 스토야노글로 전 검찰총장은 예상보다 높은 25.95%의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두 후보 모두 과반 확보에 실패하며 결선투표가 치러지게 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6일 치러진 옛 소련 국가 조지아 총선에서 친러 성향의 집권 여당이 친서방 야당 연합을 누르고 과반 득표하면서 국제사회의 이목은 몰도바의 대선에 집중됐다.
몰도바 역시 조지아와 마찬가지로 옛 소련 국가면서 현 정부가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방해하기 위한 러시아의 선거 개입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이번 결선투표 결과에 따라 몰도바의 운명은 극명히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산두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게 되면 몰도바의 EU 가입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스토야노글로 전 검찰총장은 몰도바의 EU 가입을 지지한다면서도 친러 노선을 걸을 것이라고 주장해 친러 노선을 걷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선투표가 1차 투표보다 더 박빙의 승부가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투표가 끝난 뒤에도 당분간 혼란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1차 투표에서 떨어진 몇 명의 친러 후보들은 스토야노글로 전 검찰총장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면서 몰도바가 친유럽 행보를 보이다가 전쟁에 휘말려 ‘제2 우크라이나’가 될 위험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장 러시아의 선거 방해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몰도바 당국은 이탈리아·프랑스·독일 등을 향해 재외국민 투표소가 폭탄 설치 위협 등 러시아의 방해 공작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몰도바의 전체 인구 330만 명 중 30%가 넘는 최소 111만 명이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데 친유럽·서방 성향이 강한 이들의 투표를 러시아가 방해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몰도바 당국은 각국에 투표 절차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러시아의 방해에 대응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몰도바 당국은 앞선 1차 투표에서도 친러시아 사업가 일란 쇼르를 중심으로 친러시아 세력이 최대 30만 명의 유권자에게 산두 대통령을 지지하지 말라며 금품을 살포하고 허위 정보를 유포해 선거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BBC도 이날 “한 몰도바 유권자가 자신의 표를 최대 1000루블(약 1만 4000원)을 받고 팔았다”는 증언을 보도했다.
산두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서 “투표를 대가로 돈을 주고 존엄성을 짓밟고 자유를 훔치고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몰도바를 파괴할 도둑들에게 굴복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러시아 측은 몰도바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묻는 로이터통신의 질문에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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