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메시지 혼선으로 가계대출 증가와 시장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10월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전달보다 약 6조 원 늘면서 한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9월 말보다 1조 1141억 원 늘어난 데 그쳤다. 하지만 은행권 대출 수요가 옮겨가는 ‘풍선 효과’가 발생하면서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2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주요 은행에 비해 4배 이상 폭증했다. 특히 2금융권 가계대출은 2조 원 넘게 늘어나 2021년 11월 이후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2금융권은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어서 경기 침체 때는 대출이 부실화하고 금융 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가계대출의 불길이 2금융권으로 옮겨붙은 것은 정책 일관성이 무너진 탓이 크다. 금융 당국은 올 7월 시행하려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조치를 연기했다가 가계대출이 폭증하자 뒤늦게 대출 관리에 나섰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서민 정책대출인 디딤돌대출과 관련해 ‘대출 한도 축소-유예-수도권 유예 뒤 축소’ 등으로 오락가락하면서 시장 혼란을 자초했다. 국토부는 디딤돌대출 중 하나인 신생아특례대출은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책 신뢰도가 떨어지고 대출 규제에 ‘구멍’이 뚫리자 집값 상승 심리를 자극해 다시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가계부채와 관련한 정부 내 컨트롤타워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가계부채 관리’와 ‘주거 안정’이라는 상반된 정책 목표를 놓고 정부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주거 안정 대책인데도 올 9월까지 국토부의 디딤돌·버팀목대출은 30조 원 급증한 반면 금융위원회의 보금자리론은 16조 원 급감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제라도 정부는 가계부채 억제가 정책의 우선순위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일관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또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정책대출 속도를 조절하고 실수요자들의 피해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금융 당국은 2금융권에도 연간 가계대출 총량을 제한하고 DSR 규제를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도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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