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나주 복암리 유적에서 고려시대 관청으로 추정되는 건물 흔적이 확인됐다. 나주는 고려 태조 왕건이 직접 점령한 이후 고려 왕조 내내 중요하게 여겨진 곳이어서 유적 발굴 성과가 주목된다.
국가유산청 국립나주문화유산연구소는 4일 “나주 복암리 유적 10차 발굴에서 고려시대 주요 관청 시설로 추정되는 건물터와 다량의 기와를 새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소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서 3동 이상의 건물터를 찾아냈다. 이 가운데 ‘2호 건물지’라는 번호가 붙은 한 건물은 현재 남아있는 양상으로 보아 정면 10칸, 측면 2칸 규모로 그 길이가 약 20m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소는 과거 이 일대에 더 많은 건물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조사 현장에서는 ‘회진현관초(會津縣官草)’ 글자가 새겨진 기와와 ‘대장표명’ 글자가 남아있는 기와를 비롯해 여러 장의 기와 조각도 출토됐다. 연구소 측은 “이렇게 글자를 새긴 기와가 복암리 일대를 중심으로 확인되는 것으로 보아 관청 자재용 물품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청자의 다리 모양이 둥근 형태를 한 해무리굽 청자, 상감청자 등이 함께 출토돼 고려 중기까지 해당 건물이 쓰였을 것이라고 연구소는 전했다.
나주는 고려 태조 왕권이 10세기초 후백제로부터 탈취해 이후 고려가 후삼국을 통일하는데 기반이 된 지역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전라도가 ‘전주’와 ‘나주’의 줄임말일 정도로 지역 중심지로서 역할을 했다.
앞서 나주 복암리 유적은 2006년부터 조사가 진행됐고 마한의 초기 생활상을 연구할 수 있는 도랑 시설, 백제시대 목간(木簡) 등이 발견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고려시대에 복암리 일대를 관할하던 행정지인 ‘회진현’ 관아에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회진현관초’ 글자가 적힌 기와가 처음 나와 주목받은 바 있다.
연구소는 오는 6일 오후 2시 발굴 현장에서 조사 성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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