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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과 골프[골프 트리비아]

스트레스 큰 직업만큼 유독 ‘골프광’ 많아

아이젠하워, 최초로 백악관에 그린 조성

부시 '골프가문' 출신…조부 USGA 회장

오바마, '44 POTUS' 새긴 개인 볼 사용

클린턴은 ‘빌리건’, 트럼프는 ‘치터’ 불명예

2017년 프레지던츠컵 당시 버락 오바마(왼쪽부터),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Getty Imgaes




미국 대통령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파워를 가지고 있다. 그만큼 스트레스도 큰 직업이다. 그래서일까. 역대 미국 대통령들 중에는 유독 ‘골프광’들이 많다. 필드에서 머리를 식히려는 것이다. 대통령이 재임 기간 중 얼마나 자주 라운드를 하는지도 미국 언론과 대중의 관심사다. 민주당 커멀라 해리스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맞붙는 제47대 미국 대선을 맞아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골프라이프를 들여다봤다.

미국 대통령 중 실질적으로 골프를 즐긴 최초의 인물은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다. 우리에게는 ‘가쓰라-태프트 밀약’의 당사자로 알려진 대통령이다. 그는 “골프만큼 민주적이고, 골프만큼 인격과 자제력을 테스트해 주는 게임도 없다”고 했을 만큼 골프를 높이 평가했다.

우드로 윌슨은 재임 기간 중 1000라운드 이상을 했다. 그런데 100타는 깨지 못했다. 그는 겨울에는 볼에 검은 페인트를 칠한 뒤 눈 속에서도 라운드를 즐겼으니 컬러 볼의 선구자였던 셈이다. 워런 하딩은 백악관에 있을 때 그의 반려견에게 골프볼을 물어오도록 훈련시키기도 했다. 그는 재임 중이던 1923년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했다가 심장마비로 급사하고 말았다. 1925년 샌프란시스코에 개장한 시립 코스에 그의 이름을 붙였으니 그게 바로 하딩파크 TPC다. 이곳은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 등이 열리는 명문 코스다.

미국 유일의 4선 대통령인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39세에 소아마비에 걸리기 전까지 열렬한 골퍼였다. 대학 시절에는 클럽 챔피언전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뉴욕의 베스페이지나 필라델피아의 FDR(루스벨트 이름의 이니셜) 골프클럽이 그의 재임 시절 연방기금 지원으로 건설된 것들이다. 내년 미국과 유럽의 대항전 라이더컵은 베스페이지 블랙 코스에서 열린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오거스타내셔널의 멤버로 유명했다. 그는 백악관 잔디밭에 최초로 퍼팅그린을 만들었으며 백악관 실내 바닥에 쇠징 골프화 자국을 남기기도 했다. 2009년 미국 대통령 최초로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존 F 케네디는 강력한 스윙을 가졌으며 실력도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버드 대학 시절에는 골프팀 멤버로 활약했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사이프러스포인트의 유명한 16번 홀에서 홀인원을 할 뻔도 했다. 5번 아이언으로 친 티샷이 깃대를 맞고 홀 바로 옆에 붙었다고 한다.

워터게이트로 물러난 리처드 닉슨도 골프를 즐겼지만 백악관 퍼팅그린을 없앤 대통령으로 남아 있다. 제럴드 포드는 미국골프협회(USGA) 멤버가 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었으며 1994년에는 제1회 프레지던츠컵의 명예의장을 맡았다. 포드 대통령이 닉슨을 사면한 뒤 첫 번째로 한 일은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 오프닝 행사에 참석해 잭 니클라우스, 아널드 파머, 게리 플레이어와 라운드를 한 것이다.



조지 H.W 부시는 막강한 ‘골프가문’ 출신이다. 외할아버지인 조지 하버트 워커는 USGA 회장을 역임했으며 미국과 영국의 남자 아마추어 대항전인 워커컵을 창설한 인물이다. 아버지인 프레스콧 부시 역시 USGA 회장을 지냈다. 18홀을 1시간 51분 만에 돈 적이 있을 정도로 빠른 플레이를 했던 부시는 아이젠하워에 이어 2011년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빌 클린턴은 닉슨이 없앴던 백악관 퍼팅그린을 다시 복원한 대통령이다. 룰에 크게 개의치 않고 멀리건을 남발해 ‘빌리건’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의 재단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커리어빌더 챌린지)를 개최한 적도 있다.

조지 W 부시 역시 아버지 부시처럼 뛰어난 골퍼이자 ‘퀵 플레이어’였다. 재임 기간 중 자주 골프를 즐겼지만 9·11 테러 이후 중단했다가 대통령에서 물러난 뒤 다시 골프를 시작했다. 상이군인들을 위해 워리어 오픈을 개최하기도 했다.

티샷을 날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Getty Images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는 미국 대통령 최초의 왼손잡이 골퍼였다. 소문난 골프광으로 2012년에는 당시 세계 랭킹 1위였던 로리 매킬로이를 백악관으로 초대해 만찬을 즐긴 적도 있다. 오바마는 개인 맞춤 타이틀리스트 프로 V1 볼을 사용했는데, 한쪽에는 ‘POTUS’, 다른 한쪽에는 ‘44’가 새겨져 있었다. 44대 미국 대통령(44th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라는 의미였다. 닉슨, 포드, 로널드 레이건, 아버지 부시 등도 서명이 들어간 개인용 볼을 사용했다고 한다.

트럼프는 미국,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등에 다수의 코스를 소유하고 있는 골프사업가이자 골프애호가다. 그러나 타수 등을 속이는 ‘치터(사기꾼)’라는 주홍글씨가 따라 붙는 게 흠이다. 자신의 돈 5만 달러를 들여 백악관에 있던 골프 시뮬레이터를 교체하기도 했다. 입이 거친 트럼프는 조 바이든에 대해 “50야드도 못 칠 것”이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트럼프와 대권 경쟁을 펼치는 해리스는 골프를 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를 즐기지 않는 대통령이 탄생할지, 소문난 골프광이 다시 집권할지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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