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괴짜 게이머들이 드론 저격수로 참전해 혁혁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드론 조종사는 러시아군 300여명을 저격하는데 성공해 역사상 최고의 저격수가 사살한 기록을 뛰어넘기도 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드론 조종사 올렉산드로 다크노가 최근 폭탄물을 실은 FPV(1인칭 시점) 드론을 통해 격전지 포크롭스크에서 러시아군을 소탕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에 따르면 다크노가 1년 반 동안 사살한 러시아군은 3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이는 이라크전에 파병된 미군 역사상 최고의 저격수로 불렸던 크리스 카일이 사살한 인원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현대전에서 드론 조종사는 저격수의 역할을 대신해 적군에 치명적인 공격을 가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전투용 드론을 조정하려면 빠른 판단력과 예리한 눈, 민첩한 엄지손가락이 필요한데, 이런 능력은 군사 훈련보다는 컴퓨터 게임을 통해 습득할 수 있다. 영화에서 엘리트 병사들은 마초적인 이미지로 묘사되지만 오늘날 허술하고 스크린에 중독된 젊은이들이 실제 전투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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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는 드론부대를 모든 여단에 배치한 첫 번째 국가다. 드론부대는 자체 기술 허브와 폭탄 공장을 운영하면서 창의적인 방식으로 전투에 임하고 있다. 대부분의 20대 남성으로 구성된 드론부대는 적군과의 조우없이 비디오 게임처럼 화면을 통해 공격에 나선다. 우크라이나의 드론을 맞닥뜨린 러시아군은 종종 죽은 척해서 상황을 모면하려고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은 재채기를 하거나 눈을 깜빡이는 순간까지 포착해 적들을 잡아내고 있다.
드론부대는 러시아군의 움직임을 추적하기 위한 민간인들로 출발했다. 드론부대원 대다수는 군 복무 경험이 없으며, 경례를 하거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명령을 기다리는 등 상명하복 문화를 따르지도 않는다. '클리어 아이즈'라고 불리는 유크라이나 드론대대 사령관 헤오르히 볼코프는 "우리는 영리함과 기술로 러시아인을 죽이고 싶어하는 민간인 팀"이라고 소개했다.
우크라이나는 장기간 전쟁으로 포병과 탄약이 부족해지면서 드론 전술에 더 많이 의지하고 있다. 러시아 역시 전투용 드론을 운용 중이지만 기술적인 측면에서 우크라이나에 밀리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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