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주들과의 합의 없이 원부자재에 마진을 붙이는 이른바 차액 가맹금을 받아온 피자헛이 210억 원의 부당이득금을 돌려주게 되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지속되는 영업손실에 반환금 강제집행까지 겹쳐 운영 중단이 우려되자 점주들과 합의에 나선 것이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제12부(재판장 오병희 부장판사)는 한국피자헛에 보전처분 및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보전처분은 피자헛의 자산 처분 및 특정 채무 변제를 금지하는 것이고 포괄적 금지명령은 채권자들이 회생절차 진입 전 회사 주요 자산을 확보하지 못하게 하는 채권 동결 조치다.
피자헛은 앞선 4일 법원에 자율구조조정프로그램(ARS)도 신청했다. ARS는 티몬·위메프와 같이 법적 회생절차를 밟기에 앞서 한 달간의 시간을 두고 채권단과 자율 협상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채권단 100%의 동의를 얻어 합의에 도달하면 회생절차는 그대로 종료된다.
올 9월 서울고등법원은 피자헛에 점주들로부터 취득한 2016~2022년분의 차액 가맹금을 모두 돌려주라는 판결을 내렸다. 피자헛은 2022년부터 이어진 영업적자와 배상금 지급 문제가 겹쳐 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으로 분석된다.
회생법원 관계자는 “ARS 절차에서 채권액을 감축하자는 합의가 아니라 대법원 판결이 있을 때까지 채권자들과 절차 합의를 위해 회생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법원이 피자헛의 패소를 확정 지어도 회생절차 진입 시 점주들이 전액을 변제받기 어렵기 때문에 피해가 불가피다.
도산법 전문인 최효종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유통 업계 업황이 부진한 가운데 피자헛도 영업난이 지속되면서 소송 끝에 회생절차 진입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채권자 입장에서는 피자헛이 회생절차 진입 기로에 놓이면서 배상금 규모를 줄이는 등의 협상을 불가피하게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가맹점주들은 2020년 피자헛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피자헛은 점주들로부터 총수입의 6%를 고정 수수료로 받으면서 별도의 합의 없이 차액 가맹금을 추가로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피자헛은 “일부 소송 참여 점주가 가맹본부의 은행 계좌에 압류 및 추심 조치를 진행해 종업원 급여 지급 등 운영에 일시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계좌 동결을 해제해 회사 현금 흐름을 정상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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