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공화당 코커스(당원 대회)를 시작으로 10개월간 이어진 2024년 미국 대선 대장정의 마지막 장소는 최대 격전지 펜실베이니아였다.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선거 마지막 다섯 번의 유세를 모두 펜실베이니아에서 소화했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날 네 번의 유세 중 두 번을 펜실베이니아에 할애하며 표심을 끌어 모았다.
해리스는 4일(현지 시간) 펜실베이니아 스크랜턴을 시작으로 앨런타운과 레딩·피츠버그·필라델피아 등 인구가 가장 많은 5개 도시를 모두 훑으며 펜실베이니아에 ‘올인’했다. 해리스는 피츠버그에서 “우리는 지금이 미국에 새로운 세대의 리더십을 위한 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미국 대통령으로서 그 리더십을 제공할 준비가 됐다”고 힘줘 말했다.
특히 앨런타운 유세에서는 푸에르토리코 출신 연사들을 무대에 올려 지역 내 히스패닉 표심을 공략하는 맞춤형 전략도 폈다. 해리스는 “나는 오랫동안 푸에르토리코와 그곳 주민들에게 헌신해왔다”며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측의 찬조 연설자가 푸에르토리코를 “쓰레기 섬”이라고 말한 것을 파고든 전략이다. 펜실베이니아에는 47만 명의 푸에르토리코 출신 미국인이 거주하고 있으며 특히 이날 해리스가 찾은 앨런타운과 레딩에 상당수가 살고 있다. 이날 해리스는 레딩에서 푸에르토리코계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과 함께 푸에르토리코 식당을 방문하기도 했다.
해리스는 마지막 유세를 필라델피아에서 밤 늦게 개최했으며 이 자리에는 오프라 윈프리와 레이디 가가, 리키 마틴 등 스타들이 총출동했다. 또 영화 ‘로키’에 나온 필라델피아 미술관 계단에서 피날레를 장식했다. 해리스는 로키 계단을 가리키며 “언더독(약자)으로 시작해 승자로 올라서는 사람에 헌정되는 계단”이라며 약자로 시작해서 대통령에 도전하는 자신에 대한 한 표를 호소했다.
반면 트럼프는 펜실베이니아·노스캐롤라이나·미시간 등 하루에만 3개 주를 훑는 강행군을 소화했다. 트럼프는 펜실베이니아 레딩에서 “여러분은 내일 일어서서 카멀라에게 ‘우리는 충분히 참았다. 너는 미국에서 가장 무능한 부통령이다. 카멀라 넌 해고야’라고 말해야 한다”며 “그래서 미국을 구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출신인 트럼프는 이 자리에서 “펜실베이니아는 매우 특별한 곳이다. 나는 이곳에서 학교를 다녔다”며 자신의 연고를 강조했다.
트럼프는 남부 선벨트 경합주인 노스캐롤라이나 롤리에서는 자신의 단골 공격 주제인 이민자 문제를 제기했다. 트럼프는 “취임 첫날 가장 먼저 멕시코 대통령과 통화할 것”이라며 “범죄자와 마약이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것을 막지 않으면 미국으로 들어오는 멕시코의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임을 통보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 “미국은 현재 (불법 이민자에게) 점령당했지만 내가 취임하는 날 더 이상 그렇지 않게 될 것”이라며 “11월 5일(대선일)은 미국의 해방일이 될 것이다. 첫날 나는 사상 최대 규모의 범죄자 추방 프로그램을 시작하겠다”고 역설했다.
또 1798년 만들어진 ‘적성국 국민법(Alien Enemies Act)’을 발동하겠다고도 말했다. 그는 “(적성국 국민법에 따라) 미국에서 활동하는 모든 이민자 범죄 단체를 해체하고 그들이 미국으로 다시 들어오면 가석방 없이 자동으로 징역 10년형에 처할 것이며 미국 시민이나 법 집행관을 죽인 이민자에게 사형을 선고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마지막으로 미시간 그랜드래피즈로 넘어가 이번 대선 유세의 대미를 장식했다. 그랜드래피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과 2020년 대선 때도 마지막 유세를 펼친 곳이다.
이런 가운데 법원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일일 100만 달러 추첨 이벤트를 선거일까지 허용해 초접전인 펜실베이니아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이날 펜실베이니아 지방법원은 유권자를 상대로 한 머스크의 상금 이벤트를 중단해달라는 소송을 기각했다. 앞서 머스크는 보수층 유권자 등록을 독려하기 위해 헌법 1조(표현의 자유)와 2조(총기 소지 권리 보장)를 지지하는 청원에 서명하는 7개 경합주 주민 한 명을 매일 무작위로 선정해 100만 달러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지금까지 16명의 당첨자를 선정했다.
한편 미국 대선 투표의 첫 테이프를 끊은 북동부 뉴햄프셔의 작은 마을 딕스빌 노치에서는 양 후보가 3표씩 득표해 동률을 이뤘다고 CNN이 5일 보도했다. 투표에는 4명의 공화당원과 2명의 당적을 밝히지 않은 유권자가 참여했다. 뉴햄프셔에는 주민 100명 미만의 지자체는 자정에 투표를 시작해 결과를 곧바로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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