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가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친야 시민단체 등과 함께 “윤석열 정권 퇴진”을 외치며 장외 집회에 나서려 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4일 시민단체 연합인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와 함께 ‘정권 퇴진 총궐기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서울 도심에서 세 차례 집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분노한 민심 반격의 날, 노동자들이 가장 앞장설 것”이라며 “윤 정권은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도 9일 여의도에서 ‘윤석열 정권 반노동정책 심판’을 구호로 내건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한국노총은 노동 정책 비판에 초점을 맞춰 65세 정년 연장과 노란봉투법 통과 등을 요구하기로 했다.
노조의 본래 기능은 근로조건 개선과 고용 안정 등 근로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앞장서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민주노총이 정권 퇴진을 외치며 촛불을 드는 것은 본분을 망각한 행태다. 민주노총은 근로자들의 민생은 뒷전으로 미룬 채 툭하면 정치 파업을 벌여왔다. 지난해에 정권 퇴진,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저지 등을 명분으로 총파업을 벌이더니 이번에는 김건희 여사 논란과 ‘명태균 의혹’ 등으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인 20% 아래로 떨어지자 정권을 겨냥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노조의 무분별한 강경 투쟁은 되레 노동자들의 생계를 위협할 수 있다. 현대트랜시스 노조의 파업이 단적인 사례다. 현대차·기아에 변속기를 납품하는 이 회사의 노조가 지난해 영업이익의 두 배가 넘는 2300억 원의 성과급을 요구하며 한 달째 파업을 계속하면서 현대차·기아의 생산 차질이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 대선 이후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고 한국 경제도 침체와 회복의 기로에 선 상황에서 거대 노조의 정치·이념 투쟁은 경제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막강한 글로벌 기업도 신산업 경쟁에서 밀리면 추락하는 시대다. 독일의 폭스바겐은 경영난으로 일부 공장을 폐쇄하고 2만 명을 감원할 예정이다. 기업이 살아나야 일자리도 유지될 수 있다. 근로자의 민생을 진정으로 걱정하는 노조라면 정치 투쟁을 멈추고 상생 협력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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