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가 막판까지 오락가락하며 역대급 초박빙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미국 대선이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달랐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개표 초반부터 남부 경합주인 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에서 여유 있게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제쳤다. 특히 핵심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에서는 초반만 제외하고는 한 번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으며 백악관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5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경합주 중 가장 먼저 개표를 시작한 조지아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사전투표함이 열린 초반을 제외하고는 내내 해리스를 앞서 나갔다. 조지아에서 97% 이상 개표된 가운데 51%를 얻어 해리스(49%)를 따돌리고 승리했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도 개표율이 99%인 상황에서 51%의 지지를 얻어 48%에 그친 해리스를 따돌렸다.
트럼프가 예상대로 조지아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앞서가자 관심은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로 쏠렸다. 트럼프가 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에 더해 펜실베이니아까지 가져가는 시나리오가 백악관으로 가는 가장 확실한 길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서도 트럼프는 우편투표함이 열린 개표 후 2시간가량만 해리스에 뒤졌을 뿐 이후로는 한 번도 추월을 허용하지 않았다.
펜실베이니아 개표 2시간 30분가량이 지난 5일 오후 10시 30분(미국 동부 시각, 한국 시각 6일 오후 12시 30분) 약 70%가 개표된 상황에서 트럼프가 3%포인트 차로 앞서자 진보 성향의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이길 가능성이 높다”며 처음으로 트럼프 당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후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가 펜실베이니아 개표가 90%를 넘긴 6일 오전 1시 20분(동부 시각, 한국 시각 6일 오후 3시 20분)께 트럼프가 이 지역에서 승리했다고 보도하면서 승기는 트럼프 쪽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펜실베이니아에서 개표가 시작된 지 불과 5시간 20분 만이다.
트럼프는 펜실베이니아를 비롯해 미시간·위스콘신 등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인 블루월도 무너뜨렸다. 위스콘신에서 50%의 득표율로 해리스(49%)를 앞섰고 미시간에서도 개표가 97%까지 진행된 가운데 트럼프는 50%, 해리스는 48%다. ‘선벨트(일조량이 풍부한 미국 남부주)’ 경합주인 애리조나에서는 개표가 60% 진행된 상황에서 트럼프 52%, 해리스 47%로 트럼프가 앞서고 있다. 네바다는 84% 개표가 진행된 상태에서 트럼프가 52%, 해리스가 47%다.
이에 따라 트럼프는 7개 경합주를 싹쓸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 나아가 이번 대선에서도 경합주는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이전 대선의 흐름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2016년 대선을 보면 7개 경합주 중 네바다를 제외한 6개 주에서 모두 트럼프가 승리해 결국 백악관에 입성했다. 2020년 대선에서는 7개 경합주에서 모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해 정권을 다시 가져왔다.
주목을 끄는 부분은 트럼프가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에서도 많은 표를 확보하며 기염을 토했다는 점이다. 로이터는 “역사적으로 민주당 지지의 보루였던 일부 대도시에서도 트럼프 지지율이 2020년보다 개선됐다”고 짚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은 7개 경합주 교외·농촌 지역에서 트럼프를 간신히 앞지른 덕분에 승리했다”며 “하지만 이번에 경합주 교외 지역은 모두 공화당 쪽으로 기울었다”고 분석했다.
2016년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에게 전국 득표율에서는 뒤졌지만 선거인단 수에서 앞서 승리한 트럼프지만 이번에는 전국 득표율에서도 51.0%로 해리스(47.5%)를 여유 있게 앞섰다. 대부분의 여론조사 결과 전국 지지율에서 해리스가 앞서는 것으로 나왔지만 이번에도 예상이 빗나가 그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한편 마이클 맥도널드 플로리다대 정치학 교수는 이날 X(옛 트위터)에 “이번 대선 투표율이 64.7%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로 우편투표가 늘어 투표율도 높았던 2020년(66.4%)을 제외하면 1900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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