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서울 고가 월세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수요자들이 매매·전세 대신 월세를 선택하면서다.
5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118.0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110.8) 대비 7.2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2015년 12월 통계 집계 이래 최고치다.
특히 강남권에서 고가 월세 계약이 잇따르고 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84㎡)는 지난달 보증금 5억원에 월세 175만원으로 계약됐다. 이는 지난 7월 동일 평형 계약(보증금 5억원, 월세 90만원) 대비 2배 가까이 오른 금액이다.
수도권 전역에서도 월세 상승세가 뚜렷하다. 수도권 아파트 월세지수는 119.6으로 전년(113.1) 대비 6.5포인트 올랐다. 경기도와 인천은 각각 120.7, 119.6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6.1포인트, 6.5포인트 상승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월세 2000만원이 넘는 '초고가'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9월 서울의 2000만원 이상 월세 거래는 13건에 달했다.
성동구 '트리마제'의 경우 152㎡ 물건이 최근 보증금 1억5000만원, 월세 2000만원에 계약됐다. 같은 단지 200㎡는 지난 5월 보증금 3500만원, 월세 3500만원이라는 기록적인 금액에 거래된 바 있다.
서울 임대차시장 내 월세 비중도 급증세다. 서울시 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9월 서울 월세 거래량은 1만9738건으로, 전체 임대차 거래의 41.9%를 차지했다. 이는 전월(35.9%) 대비 6%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정성진 어반에셋매니지먼트 대표는 "DSR 규제 등으로 전세대출마저 힘들어지면서 실수요 임차인들이 월세로 몰리고 있다"며 "당분간 월세시장 과열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파트 외 주거시설도 월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서울 연립·다세대주택 월세통합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15% 오른 101.82를, 오피스텔 월세지수는 0.13% 상승한 101.34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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