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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잊을 수 없는 감동”…‘쿵쾅쿵쾅’ 심장을 요동치게 하는 꿈의 파3 홀

치명적인 매력으로 유혹하는 전 세계 최고의 코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 반도에 위치한 사이프러스포인트의15~17번 홀 모습. 검푸른 태평양과 그 사이로 뻗어 나온 거친 암석의 해안, 그리고 사이프러스 나무가 어우러져 숨이 멎을 듯한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보비 존스는 이 코스를 돌아본 뒤 이곳을 설계한 앨리스터 매켄지에게 오거스타내셔널도 맡겼다. Getty Images




찰나를 포착하는 사진은 때로는 글이나 영상보다 강렬한 힘을 발휘한다. 장엄한 파3 홀은 사진과 같은 마법의 힘을 가졌다. 강렬한 첫 인상이 뇌리에 깊게 각인돼 사진처럼 저장되고, 심장을 뛰게 하는 것이다.

위에 있는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 반도에 위치한 사이프러스포인트의 16번 홀이다. 검푸른 태평양과 그 사이로 뻗어 나온 거친 암석의 해안, 그리고 사이프러스 나무가 어우러져 숨이 멎을 듯한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16번 홀에 앞서 만나는 15번과 바로 이어지는 17번까지 3개의 홀은 사이프러스포인트 코스의 상징이다. 15번과 16번으로 2개의 파3 홀이 이어지는 것도 다른 코스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이곳의 특징이다.

‘골프 성인’으로 추앙 받는 보비 존스는 사이프러스포인트를 돌아본 뒤 크게 감명을 받아 이곳을 설계한 앨리스터 매켄지에게 함께 코스를 만들자고 제안을 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코스가 바로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이다. 사이프러스포인트가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지극히 폐쇄적인 프라이빗 클럽인 데다 프로골프 대회가 거의 열리지 않아서다.

사이프러스포인트 16번 홀을 비롯해 전 세계 수많은 홀 중에서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파3 홀 10곳을 추렸다. 경기가 자주 열려 친숙한 홀도 있지만 몇몇 홀은 다소 생소할 수도 있다. 해외 골프여행에 관심이 많은 골퍼에게는 언젠가는 모두 밟고 싶은 ‘꿈의 홀’들이다.

트럼프 턴베리 아일사 코스 9번 홀. Getty Images


하얀 등대의 ‘노스탤지어’ 트럼프 턴베리 9번 홀
위치: 스코틀랜드 에어셔 | 설계: 윌리 페르니, 매켄지 로스, 마틴 에버트


등대는 낭만이다. 스코틀랜드 서부 해안에 자리한 턴베리는 하얀 등대로 유명하다. 이곳에는 총 45홀이 있는데, 등대가 있는 건 아일사 코스다. 19세기 말에 만들어진 등대는 지금은 관광객들에게 맛 좋은 음식과 커피, 맥주를 판매하는 레스토랑이 됐다. 등대에는 2개의 스위트룸도 있다. 등대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 9번 홀이다. 티잉 구역에 서면 왼쪽으로 등대가 있고 해안 절벽을 넘겨 그린을 공략해야 한다. 대부분의 골퍼들은 샷은 뒷전이고 황홀경에 빠져 카메라 셔터 누르기에 정신이 없다. 이 홀을 한 번이라도 봤다면 하얀 등대는 영원한 노스탤지어(향수)다.

로열 포트러시 16번 홀. Getty Images


신화의 시대 ‘재앙의 코너’ 로열 포트러시 16번 홀
위치: 북아일랜드 앤트림 | 설계: 해리 콜트


북아일랜드 앤트림주의 포트러시 일대는 철의 왕좌를 놓고 영웅들이 대립하는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주요 촬영지였다. 4만여 개의 주상절리가 모인 자이언츠 코즈웨이(거인의 방죽길)와 백색의 해안 절벽, 그리고 고성(古城)이 어우러진 풍광은 신화의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커다란 드래곤이 꿈틀거리듯 굽이치는 로열 포트러시는 디 오픈이 브리튼 섬을 벗어나 열리는 유일한 무대다. 16번 홀은 ‘재앙의 코너(Calamity Corner)’로 불린다. 236야드로 거리 부담이 큰 데다 그린을 벗어나면 급경사의 깊은 러프다. 이 홀을 무사하게 건넜다면 안도의 기네스 맥주를, 가혹한 벌에 치를 떨었다면 위로의 기네스를 마셔야 한다.

소그래스 TPC 17번 홀. Getty Images


연간 골프볼 10만 개 삼키는 ‘죽음의 호수’, 소그래스 TPC 17번 홀
위치: 미국 플로리다주 | 설계: 피트 다이


소그래스 TPC를 넘어 전 세계 아일랜드 그린의 상징과 같은 홀이다. 가혹한 코스 설계로 ‘사드 후작’이라 불렸던 피트 다이의 작품으로 ‘아류작’들이 전 세계 곳곳에 퍼져 있다. 그린이 물로 둘러싸여 있어 시각적으로는 아름답지만 선수들에게는 ‘죽음의 홀’로 통한다. 공중에 부는 바람을 종잡을 수 없는 데다 그린도 딱딱해 낙하지점이 조금만 길면 물에 빠지고 만다. 호수가 연간 삼키는 볼은 약 10만 개나 된다. 아일랜드 그린 아이디어를 낸 건 다이의 아내였던 앨리스였다. 습지였던 곳에 코스를 만들면서 17번 홀 주변의 모래를 엄청나게 파냈는데 앨리스가 “아일랜드 그린으로 만들자”고 한 것이다.

로열 트룬 8번 홀. Getty Images


가장 작지만 위협적인 ‘우표’…로열 트룬 8번 홀
위치: 스코틀랜드 에어셔 | 설계: 조지 스트라스, 윌리 페르니, 제임스 브레이드


스코틀랜드 로열 트룬의 8번 홀의 별명은 우표(Postage Stamp)다. 원래 이름은 티잉 구역에서 컬링에 사용되는 화강암이 추출되는 아일사 크레이그 섬이 보여 아일사였는데, 그린의 폭이 열 걸음 정도로 워낙 작아 우표로 불리게 됐다. 홀 길이는 123야드로 디 오픈이 열리는 순회 코스 중 가장 짧지만 가장 위협적이다. 그린의 굴곡으로 인해 정교한 샷이 필요한데 깊은 벙커와 거친 러프, 그리고 항상 휘몰아치는 바닷바람이 골퍼들을 괴롭힌다. 그린 주변에는 5개의 벙커가 자리하고 있다. 그 중 그린 왼쪽에 있는 기다란 모양의 벙커의 이름이 ‘관(coffin)’이다.



오거스타내셔널 12번 홀. Getty Images


‘인디언의 저주’ 품은 오거스타내셔널 12번 홀
위치: 미국 조지아주 | 설계: 보비 존스, 앨리스터 매켄지


오거스타내셔널은 그 이름 자체로 신비하고 고귀하다. 그곳의 18개 홀 중에서도 아멘 코너(11번~13번 홀)는 게임의 묘미를 배가시킨다. 아멘 코너의 중심에 있는 12번 홀은 155야드로 오거스타내셔널에서 가장 짧다. 골든벨(개나리)이라는 이름과 달리 이곳에서는 ‘대형사고’가 숱하게 터졌다. 그린은 가로로 누운 땅콩 모양인데 샷이 조금만 짧으면 볼은 앞의 작은 개울(래의 크리크)로 향하고, 샷이 조금만 길면 뒤쪽 벙커에 빠지고 만다. 상공에 부는 종잡을 수 없는 바람이 클럽 선택에 더욱 애를 먹게 한다. 골프장을 조성할 때 12번 홀 그린 자리에서 인디언들의 무덤들이 발견됐다고 한다. “인디언들의 영혼이 심술을 부리기 때문”이라는 미신이 신비감을 더한다.

페블비치 7번 홀. Getty Images


‘폭풍 속으로’ 페블비치 골프링크스 7번 홀
위치: 미국 캘리포니아주 | 설계: 잭 네빌, 더글라스 그랜트


페블비치에는 ‘신이 만든 코스’라는 애칭이 따라 붙는다. 잭 니클라우스는 “내 생애 딱 한 번의 라운드 기회가 남았다면 페블비치를 선택하겠다”고 했다. 106야드에 불과한 7번 홀은 ‘전 세계에서 가장 짧으면서 가장 아름다운’ 파3 홀로 통한다. 7번 홀에서 바람은 ‘악마’다. 악마가 숨을 죽인 날에는 피칭이나 로브 웨지로도 공략할 수 있지만 강풍이 불면 3번 아이언까지 잡아야 한다. 태평양의 하얀 포말이 볼을 삼킬 듯 성을 내면 말 그대로 ‘폭풍 속으로’ 샷을 날려야 한다. 페블비치를 설계한 잭 네빌은 이런 말을 남겼다. “우리가 한 일은 만을 따라 가능한 한 많은 홀을 만드는 것이었다. 몇 그루의 나무를 제거하고, 몇 개의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잔디 씨앗을 뿌린 게 전부였다.”

카우리클리프스 7번 홀. Getty Images


절벽 위의 외로운 섬, 카우리클리프스 7번 홀
위치: 뉴질랜드 마타우리 | 설계: 데이비드 하먼


대륙에서 멀리 떨어진 뉴질랜드는 독특한 자연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 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북섬에서도 북쪽 끝 해안 절벽에 카우리클리프스 골프장이 있다. 카우리는 북섬에 있는 소나무의 한 종류다. 해안 절벽을 따라 수백 년 된 카우리가 자생하는 오래된 양떼 목장 부지에 건설된 골프장은 2000년 개장하자마자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코스가 됐다. 15개 홀이 태평양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린이 절벽 위에 조성된 7번 홀이 가장 인상적이다. 그 모습이 마치 외로운 섬과 같다. 티잉 구역에서 협곡을 가로질러 200야드를 날려야 그린에 볼을 올릴 수 있다. 카우리클리프스의 로고도 7번 홀의 경관을 형상화한 것이다.

로열 카운티다운 4번 홀. Getty Images


북아일랜드의 숨겨진 보석, 로열 카운티다운 4번 홀
위치: 북아일랜드 뉴캐슬 | 설계: 올드 톰 모리스, 조지 콤비, 해리 바든, 해리 콜트


북아일랜드의 수도 벨파스트에서 남쪽으로 약 50km 떨어진 뉴캐슬 해안에 자리한 로열 카운티다운은 숨겨진 보석이다. 주요 매체의 전 세계 코스 평가 순위에서 오거스타내셔널이나 세인트앤드루스를 넘어설 때도 있다. 코스 난도로만 따지면 미국의 파인밸리 다음이라는 평가다. 코스 남쪽으로는 몬 산맥이 장엄하게 병풍처럼 서있고, 동쪽으로는 아일랜드해가 펼쳐져 있다. 야생화로 가득 찬 링크스 모래 언덕의 파3 홀들은 모두 웅장한데 특히 228야드의 4번 홀이 압권이다. 하지만 바닷바람과 그린을 둘러싼 항아리 벙커는 이 아름다운 코스를 순식간에 야수로 변하게 한다.

스코츠데일 TPC 16번 홀. Getty Images


사막의 ‘콜로세움’ 스코츠데일 TPC 16번 홀
위치: 미국 애리조나주 | 설계: 톰 와이스코프, 제이 모리쉬


골프는 엄숙한 스포츠지만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TPC의 16번 홀에서만큼은 예외다. 이곳에서 열리는 미국 PGA 투어 피닉스 오픈에는 매년 70만 명 이상의 갤러리가 찾는다. 대형 스탠드가 둘러싸고 있는 16번 홀에는 무려 2만 명의 팬이 들어갈 수 있다. 맥주를 비롯한 음료를 마음껏 마시며 소리를 지를 수 있는 ‘골프 해방구’다. 굿 샷을 날리면 박수와 환호가 울려 퍼지지만 실수를 하면 사방에서 쏟아지는 야유를 온 몸으로 감내해야 한다. 선수들은 로마시대 콜로세움에서 글래디에이터(검투사)가 돼 샷을 날리는 셈이다.

[서울경제 골프먼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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