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4.346km)에서 2024 오네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의 모든 일정이 마무리 됐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는 올 시즌의 정점, 새로운 챔피언이 탄생해 모두의 축하를 받았다.
이런 가운데, 올 시즌 마지막 레이스에서 우수한 경기력을 과시하며 3위로 체커를 받은 김동은 역시 많은 이들의 축하와 환호, 그리고 격려의 박수를 받았다. 쉽지 않은 레이스였지만 김동은은 노련한 경기 운영, 그리고 뛰어난 배틀 실력을 과시하며 내년 시즌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 올렸다.
슈퍼레이스 최종전 현장에서 김동은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Q 최종전, 3위의 기록으로 방점을 찍었다.
김동은(이하 김): 전날의 8라운드를 완전히 망치는 바람에 최종전은 더욱 공격적인 레이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보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오늘의 레이스가 내가 가진 모든 역량을 보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주어진 환경, 조건 속에서 더 높은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평소라고 한다면 레이스카의 보존, 컨디션 관리 부분에 많은 신경을 썼지만 오늘은 포디엄 정상을 목표로 경기를 준비했고, 운영 방식 역시 평소와 다르게 가져갔다. 실제 오늘 스타트부터 무척 공격적인 페이스로 레이스를 운영했고 더욱 과감하게 달리며 순위를 끌어 올릴 수 있었다.
원하는 포디엄 정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포디엄 위에 오를 수 있었고, 포디엄 위에서 팬들에게 올 시즌의 마지막 인사와 감사의 인사를 전할 수 있게 되어 정말 다행이라 생각한다.
Q 오늘 배틀, 그리고 추월 장면이 무척 많았던 것 같다.
김: 아무래도 오늘 ‘공격적인 레이스’를 컨셉으로 잡은 만큼 당연한 일이었다. 결승 스타트 상황에서 강진성 선수(원레이싱, #98)와 충돌 위험을 피하기 위해 순위가 크게 낮아지긴 했지만 그 이후로는 꾸준히 높은 페이스를 유지했고, 자연스럽게 배틀 및 추월 장면이 많았던 것 같다.
실제 매 코너마다 공격적인 진입, 그리고 조금 더 빠르게 가속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더불어 이러한 레이스를 위해 예선 주행부터 타이어에 대한 매니지먼트에 대한 준비를 했고, 실제 결승 레이스에서 그 효과가 발휘내며 적극적인 배틀, 빠른 추월 등을 이어갈 수 있었다.
Q 3위에 오른 후의 레이스 운영은 어떻게 진행됐나?
김: 앞서 설명한 것처럼 경기 초반부터 빠르게 페이스를 끌어 올렸고, 또 적극적인 공략을 통해 순위를 끌어 올렸다. 사실 3위에 오른 후에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 공격적으로 달려 순위를 끌어 올리고 싶었지만 점차 엔진 출력이 저하되는 것이 느껴졌다.
잠깐 고민이 있었지만, 지금 페이스를 낮추면 장현진 선수를 추격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고 낮아진 출력 만큼 주행 페이스를 끌어 올려 추격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레이스카와 내 스스로 부담이 컸지만, 3위를 목표로 한 레이스가 아니었기에 부담을 감수하고 달린 레이스였다.
다행히 마지막까지 레이스카와 타이어가 버텨줬고, 내 스스로의 집중력 역시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장현진 선수를 추월하지 못하고 3위에 그친 결과가 아쉬운 대목이다. 그래도 만족스러운 성과는 아니지만 분명 최선을 다한 레이스라 생각하며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Q 최종전에서의 넥센타이어와의 합을 평가가 궁금하다.
김: 결론부터 이야기한다면 오늘 연습과 예선, 그리고 결승 레이스까지 전체적으로 내가 원하는 대로, 그리고 내가 준비하고 이끌고 싶은 레이스에 넥센타이어의 타이어가 잘 대응하고, 반응해준 것 같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오늘의 레이스는 일반적인 레이스 때보다 더욱 공격적이었고, 경기 후반에는 타이어 및 레이스카의 부담이 큰 주행을 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넥센타이어가 마지막까지 버텨주고, 원하는 만큼 움직일 수 있도록 힘이 되준 것 같았다.
물론 예선에서의 퍼포먼스만 생각한다면 미쉐린 타이어가 우위를 점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결승 레이스의 상위권의 비율을 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레이스에서는 넥센타이어가 승리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나 역시 그걸 증명했다고 생각한다.
Q 오늘 배틀 장면 중 가장 만족스러웠던 순간은 있었을까?
김: 개인적으로 내 스스로 ‘배틀과 추월’을 자신 있다고 생각한다. 올 시즌, 전력을 다해 배틀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 내심 답답하고 아쉬운 순간도 있었는데 이번 최종전에서는 그대로 한껏 경쟁하며 달릴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 같아 레이스의 모든 순간이 만족스러웠다.
참고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가 하나의 코너에서 속도를 잃게 되면 그 속도를 되찾기 위해 몇 개의 코너를 소모해야 한다. 오늘은 이러한 ‘주행의 속도’를 꾸준히 이어갈 수 있었고, 이를 통해 헤어핀 구간에서의 추월 등 팬과 관람객분들에게 좋은 레이스를 선보일 수 있었다.
다만 이런 주행이 당초 원했던 포디엄 정상이 아니라는 점은 내심 아쉬운 게 사실이다.
Q 평소에는 완주, 레이스카의 보존에 대해 강조하는 것 같다.
김: 아무래도 레이스는 ‘완주’가 가장 우선되기 때문이다. 실제 아무리 빠르고 강력한 선수라 하더라도 완주를 하지 못한다면 그냥 ‘리타이어’로 기록될 뿐이다. 그렇기에 경쟁을 하고, 또 충돌을 하더라도 ‘레이스를 지속할 수 있는 정도’를 유지하는 건 필수적인 부분이다.
아마 이러한 생각, 그리고 이를 구현하는 레이스 운영은 경력이 어느 정도 쌓인 선수라면 모두 갖고 있는 능력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슈퍼 6000 클래스는 이런 능력을 갖춘, 우수한 프로 선수들이 함께 달리는 레이스인 만큼 ‘한 번의 리타이어’도 뼈 아픈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올 시즌의 레이스들을 조금 더 침착하고 안정적으로 타기 위해 노력했다. 다만 오늘의 경우 앞서 말한 것처럼 ‘올해의 마지막 레이스’인 만큼 조금 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다.
Q 내년, 더 많은 거리를 달리는 변화를 맞이한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 일단 슈퍼 6000 클래스에서는 ‘타이어의 영향’이 상당히 큰 편이다. 그렇기에 주행 거리가 늘어나는 내년 역시 ‘어떤 타이어와 함께 달리느냐?’라는 것이 지금까지의 슈퍼레이스가 그랬던 것처럼 경쟁력의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이외에도 팀의 역량, 그리고 팀의 안정성 등 다양한 요인들이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외부 요인을 빼고, 내 스스로의 이야기를 한다면 ‘내구 레이스에 대해 자신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타이어 매니지먼트나 레이스 페이스의 관리, 그리고 레이스카를 보존하면서 달리는 것 등은 자신 있다.
약간의 과장을 더한다면 슈퍼 6000 클래스가 혼자서 24시간 내구 레이스를 하는 방식으로 변해도 자신이 있다. 참고로 대회의 운영 방식이 달라지는 만큼 내년에는 또 다른 선수와 경쟁 구도 등이 두각을 드러낼지도 몰라 많이 기대된다.
Q 이제 겨울이 다가온다. 어떻게 보낼 계획일까?
김: 솔직히 말해 지금 막 시즌이 끝났기 때문에 ‘올 겨울을 어떻게 보내겠다’라는 특별한 방향성은 없는 것 같다. 지금까지 늘 그랬던 것처럼 몸과 마음의 회복을 충분히 하고, 다시 새로운 시즌을 위한 준비를 시작할 것 같다.
Q 올 시즌 내내, 그리고 최종전에서도 응원해준 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
김: 어릴 적에는 많은 팬들이 오셔도 ‘팬들이 오셨다’ 그리고 ‘감사하다’라는 정도의 마음은 있었지만 특별하게 느끼진 못한 것 같다. 그런에 나이가 들고, 또 경력히 쌓이면서 조금 더 큰 무언가를 느끼고 팬들의 중요성, 그리고 팬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올 시즌의 경우, 내 스스로의 성적이나 레이스 내용이 그리 만족스럽거나 좋은 상황이 아닌데 그런 성적을 떠나 말 그대로 한결 같이 응원해주시고, 또 더욱 뜨겁게 격려 해주시는 팬 여러분 때문에 좌절하지 않고 다시 스티어이 휠을 쥘 수 있었던 것 같다.
더불어 그런 응원, 격려를 받을 때마다 ‘내가 이렇게 사랑을 받아도 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그런 생각보다는 더 열심히 달리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보답이라 생각하며 정말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팬 여러분들이 있었기에 올해의 김동은이 있었고, 또 앞으로도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을 꼭 전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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