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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신호등 연정 붕괴 초읽기…'복지냐 경제냐' 묵은 갈등 터져

올라프 숄츠, 경제 대립각 세운 재무부 장관 경질

친기업 성향 정당 탈퇴 예고하며 사실상 연정붕괴

다시 '유럽의 병자' 전락하는 독일 경제 정책 두고

'빚내서 지출하자' VS '기업 규제 완화' 묵은 갈등 터져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연방 재무부 장관이 6일 베를린에서 총리에 의해 해임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독일 연립정부가 붕괴 위기에 놓였다.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SPD) 소속 올라프 숄츠 총리가 친기업 성향의 자유민주당(FDP) 소속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무부 장관을 전격 경질하면서다. 독일 연정은 SDP(빨강)와 FDP(노랑), 녹색당(초록)으로 구성돼 ‘신호등 연정’으로 불려 왔다.

6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숄츠 총리는 이날 저녁 성명을 내고 린드너 장관을 해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린드너 장관에 대해 “자신의 고객과 당의 생존에만 관심이 있다. 이기적이고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연정 붕괴의 책임을 린드너 장관에 돌린 셈이다. 독일 연방정부 각료 해임을 위해서는 총리가 대통령에 요청한 후 승인을 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독일 현지 매체들은 볼커 비싱 교통장관 등 FDP 소속 다른 각료들도 곧 사임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FDP의 연정 탈퇴를 기정 사실화한 셈이다. FT는 “린드너의 해임과 FDP의 탈당으로 불화와 반목의 대명사가 된 인기 없는 연립정부가 막을 내리게 됐다”고 논평했다.

연정 내 갈등은 지난 수개월 간 이어져 왔지만 최근 독일의 경제 침체 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공공연해졌다. 경제부는 최근 독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이로써 독일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경기 침체에 직면하게 됐다. 숄츠 총리가 지난달 업계 리더 및 노동조합화 만나 경기 침체에 대해 논의하면서 린드너 장관이나 경제부 장관 로버트 하벡을 초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연정의 불화는 더욱 깊어졌다. 린드너 장관은 같은 날 기업 리더들과 별도의 토론회를 열며 갈등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내년도 예산안 협의를 앞둔 1일 린드너 장관이 자신의 주장을 담은 18쪽짜리 보고서를 공개한 것은 갈등을 폭발시켰다. 보고서에는 사회복지 혜택 감소 및 노동시간 증가 등 개혁의 필요성과 법인세 인하, 탄소중립 목표 시기 조정 등의 제안이 담겼다.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연정이 추진해온 정책 및 목표를 과감히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6일 독일 베를린에서 독일 연방 하원에서 사회민주당(SPD) 의원들과 만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SPD와 녹색당은 린드너 장관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다. 숄츠 총리는 오히려 독일 정부가 차입을 더 늘려 복지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법안을 완화하는데 동의해달라고 요청했다. 대신 산업 기업의 에너지 가격을 낮추고 기업에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제안을 했다. 하지만 린드너 장관은 제안을 거부했고 결국 숄츠 총리의 장관 해임이라는 파국으로 이어졌다.

숄츠 총리는 이날 내년 1월 15일 총리 신임 투표를 열겠다고도 밝혔다. 다만 관측통들은 숄츠 총리의 패배를 예견하고 있다. 숄츠 총리가 신임 투표에서 패배할 경우 내년 9월로 예정된 총선이 3월로 앞당겨질 전망이다. 반면 린드너 장관은 이날 총선을 내년 1월로 앞당겨 치르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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