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6일(현지 시간) 대선 패배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결과에 승복했다. 동시에 ‘어두워야만 별을 볼 수 있다’며 4년 뒤 대선 재도전 의지를 드러냈다.
해리스는 이날 오후 4시께 자신의 모교이자 흑인 여성 명문 대학인 워싱턴DC의 하워드대에서 가진 패배 승복 연설에서 “미국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은 선거에서 지면 결과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이런 원칙 때문에 민주주의가 군주제·독재와 구분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중의 신뢰를 받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며 “우리는 대통령이나 정당이 아닌 헌법·양심에 충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 패배를 인정하는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의 4년 전 선거 불복 시도를 비판한 발언으로도 읽힌다. 트럼프는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배한 뒤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을 설득해 의회의 선거 결과 인증 절차를 저지하려 했다. 또 공화당원들이 선거 무효를 주장하도록 선동했고 이는 2021년 1월 6일 국회의사당 폭동 사건으로 이어졌다. 미국에서 대선 패자의 공식 승복은 120여 년을 이어온 전통이었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트럼프는 바이든 당선인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지 않았고 취임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해리스는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약속하면서도 미래를 위한 싸움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해 차기 대권 도전을 시사했다. 그는 “한 역사가가 역사의 법칙이라고 불렀던 격언이 있는데 이는 시대를 막론하고 모든 사회에 적용되는 진리”라면서 “이 격언은 ‘충분히 어두워야만 별을 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해리스는 트럼프에게 당선 축하 전화를 했다. 스티븐 청 트럼프 캠프 대변인은 “트럼프는 해리스가 선거운동 내내 보여준 힘, 전문성, 끈기에 경의를 표했으며 두 지도자 모두 국가를 통합하는 것의 중요성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한편 민주당 내부에서는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을 향한 대선 패배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폴리티코는 “민주당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좀 더 일찍 (대선 경쟁에서) 하차했어야 한다며 분노를 쏟아내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해리스는 바이든과 자신을 차별화할 만한 요소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