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미국 우선주의’ 태풍으로 몰아넣을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내년 1월 20일 공식 출범한다. 공화당의 상·하원 의회 권력 장악도 유력한 상황이어서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후 브레이크 없이 보편관세를 앞세운 보호무역주의와 대중(對中) 무역 전쟁의 수위를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대미 수출 의존도가 매우 큰 한국 경제에는 초비상이 걸렸다. 지난해에 역대 최대인 444억 달러의 대미 무역 흑자를 기록한 한국은 무역 적자 해소를 원하는 트럼프 2기 정부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대미 수출 상위 10개 품목이 모두 무관세로 수출되고 있지만 트럼프 2기에는 관세 부과로 가격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반도체·자동차·철강 등 우리나라 주력 산업의 충격과 그로 인한 수출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는 고율 관세 부과에 전기차 보조금 축소까지 겹쳐 이중고에 시달릴 수 있다.
‘트럼프 리스크’로부터 우리 산업을 지키려면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정교한 전략과 치밀한 외교 노력이 절실하다. 개인적 친분을 중시하고 ‘거래’ 중시 동맹관을 갖는 트럼프 당선인을 상대하려면 지도자 간 친분을 구축하고 실리를 앞세워 ‘미국 우선주의’를 파고들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트럼프 당선인과 약 12분간의 전화 통화를 하고 이른 시일 내에 회동하기로 합의한 것은 순조로운 출발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첫 통화에서 우리의 조선업 경쟁력을 언급하며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것은 트럼프 2기에서 우리 산업이 새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는 미국의 중국 견제가 우리 기업들에 반사이익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은 조속히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 교분을 다져야 한다. ‘스트롱맨 리더십’을 선호하는 트럼프 당선인과 윤 대통령의 ‘케미’를 기대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트럼프 정부가 거절하지 못할 ‘윈윈’의 거래를 제시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 될 수 있다. 조선업 등 경쟁력 있는 기술력을 산업 협력 강화의 매개로 삼고 우리 기업들이 미국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하는 점을 들어 고율 관세 적용 예외 등을 설득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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