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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유엔 인권 정례검토서 '날 선 공방'

역대 4번째 UPR 개최

유엔 회원국, 전방위 압박

신혜수 유엔인권정책센터(KOCUN) 이사장을 비롯한 인권단체 대표들이 6일(현지시간) 유엔 제네바사무소에서 북한 '보편적 인권 정례검토'(UPR) 부대행사인 '자유·존엄·희망의 목소리 높이기' 행사를 열고 각국 공관 관계자들에게 북한 인권 현안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인권 문제를 놓고 유엔 회원국들의 검증을 받는 절차인 '보편적 인권 정례검토'(UPR)가 7일(현지시간) 오후 유엔 제네바사무소에서 열렸다. 한국을 비롯한 유엔 회원국들은 주민 자유를 억압하고 사상을 통제하는 각종 인권침해 행위를 시정할 것을 요구했고, 최근 북한군 러시아 파병을 비롯한 '극단적 군사화'가 북한 주민 인권을 더욱 악화한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그러나 북한은 주민 인권이 충실히 보장되고 있다면서 적대세력의 인권 공세가 오히려 주민 인권 보호에 장애가 된다고 주장했다.

8일 외교부에 따르면 UPR은 유엔 회원국 193개국이 돌아가면서 자국 인권 상황과 권고 이행 여부 등을 동료 회원국에 심의받는 제도다. 북한의 UPR은 2019년 이후 5년 만이고 이번이 4번째다. 북측에선 조철수 주제네바 북한 대사와 리경훈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법제부장 등 10여명의 대표단이 UPR 현장에 나왔다.

조 대사는 "북한은 인민의 인권이 우선이라는 원칙에 입각해 사회가 운영되고 있다"며 "그런데도 미국과 같은 적대세력의 도발적이고 반북적인 인권 공세가 주민 인권 보호에 도전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인권은 국권(國權)으로 인권을 적대적으로 문제 삼는 것은 주권 침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리 법제부장도 국제사회가 주장한 각종 인권침해 지적에 대해 북한 사회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됐다며 "장애인·아동 관련 법률을 제정하는 등 인민의 인권 향유를 위한 법률적·제도적 조처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핵 개발 등에 자원을 소모한다는 지적에는 "적대세력의 핵공갈이 높아지는 점은 우리의 자위적 국방이 정당하다는 점을 실증해준다"고 반박했다.

유엔 회원국들은 전방위로 북한의 참혹한 인권 상황을 지적했다. 이날 우리나라를 비롯한 90여개국이 현장 발언을 신청했다. 한국 정부 대표단의 수석대표인 윤성덕 주제네바 한국대표부 대사는 이날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사례로 꼽을 수 있는 북한의 극단적 군사화가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며 시정을 권고했다. 이밖에도 선교사 김정욱·최춘길·김국기씨 등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 6명의 생사 확인을 요청하고 아동에 대한 과도한 형벌 부과를 방지하는 조치와 이산가족 상봉문제 해결 등을 요구했다.



또 정치범 수용소 폐지를 위한 노력과 종교의 자유 및 식량권·건강권 보장, 여성·아동·장애인 등 취약 계층 보호를 위한 조치,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보고서 권고를 이행하기 위한 조치를 권고했다. 2020년 이후 북한이 주민 통제 목적으로 제정한 이른바 '3대 악법'(반동사상문화배격법·청년교양보장법·평양문화어보호법)의 폐지도 처음으로 권고했다.

미국은 사전 질의서를 통해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 올해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발간한 북한 강제노동 실태 관련 보고서 권고 이행 여부, 북한 내 여성·여아의 인신매매 및 성폭력 문제 등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독일 대표는 유엔의 인권 관련 국제협약에 가입하고 여성과 아동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출 것을 권고했고, 아이슬란드는 북한의 사형제 폐지와 여성 인권 침해 및 차별 행위에 대한 범죄화 등을 권고사항으로 제시했다. 오스트리아는 '3대 악법'을 철폐하라고 요구하면서 북한에서 유엔의 인권기구가 활동할 것을 보장할 것을 권고했고, 알바니아는 북한 내 광범위한 인권 침해에 깊은 우려를 표하면서 정치범 석방을 요구했다.

반면 러시아는 북한의 인권 현황을 옹호했다. 러시아 대표는 이날 "북한이 아동과 여성, 장애인 권리를 보장하는 새로운 법률을 만든 점, 장애인의 사회 참여와 빈곤 철폐를 위해 기울인 노력을 평가한다"고 발언했다. 중국 대표는 북한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며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라는 원론적 권고 의견만 냈다.

유엔 회원국들은 극히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북한의 인권 현실을 비판적으로 다루면서 제도 개선을 압박하는 목소리를 냈다.

UPR이 그간 북한이 거부 의사 없이 응해온 국제적 인권 점검 메커니즘이라는 점에 비춰 북한은 '링'에 올라오는 흔치 않은 기회를 활용해 북한 내 인권 유린 실태를 빠짐없이 공론화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UPR에서 제기된 권고사항을 불이행했을 때 이를 강제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지만 공개 검증대에서 북한에 직접 인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엔판 인권 국정감사'가 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번 UPR은 북한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침해를 다룬 유엔의 COI 보고서가 발간된 지 10주년이 되는 시기에 열렸다는 의미도 지닌다. 이날 제기된 권고사항을 토대로 일부라도 북한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기를 국제사회는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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