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47대 대통령 선거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로 돌아가면서 중국 내 미국 기업들이 고(高) 관세를 피하려 중국 생산 비중을 줄이거나 현지에서 철수하는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중국산 수입품에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8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유명 신발 브랜드인 스티브 매든은 ‘1년 내 중국 생산 비중 40% 감축’을 추진한다. 당초 10%였던 목표치를 크게 올려잡은 것이다. 스티브 매든의 최고경영자(CEO)인 에드워드 로젠펠트는 전날 실적 발표에서 “어제부터 중국 내 생산 감소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스티브 매든의 경우 현재 사업의 거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가 잠재적으로 중국산 수입품 관세 부과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 사측의 이번 중국 생산 비중 감축(40%)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내년에는 노출 비중은 약 25%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스티브 매든은 캄보디아, 베트남, 멕시코 등 중국 외 국가로 공급망을 다변화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의 주요 소비재 기업들은 잠재적 관세를 피하려 중국 탈출 계획을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제조업 활성화를 위해 중국에서 수입되는 상품에 60%, 다른 국가에서 들여오는 제품에는 최대 20%의 일률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주장해 왔다. 그동안 저렴한 생산이 가능해 중국 공장에 의존해 왔던 미국 기반 소비재 기업들 입장에선 고율 관세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만큼 중국 생산을 재고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세탁 세제 ‘암앤해머’로 유명한 처치&드와이트도 워터픽 구강 관리 제품 등 일부 생산을 중국 외 지역으로 이미 이전했다. 가전제품 제조 및 판매업체인 월풀 코퍼레이션은 고율 관세가 부과될 경우 전자레인지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관련 대책을 강구 중이다.
일부 품목은 대체 생산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양이 모래를 판매하는 오일-드리 관계자는 “모래 생산에 필요한 실리카겔은 중국 외엔 조달처가 없다”며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고양이 모래는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