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기업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되는 상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당 ‘자본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TF)’는 8일 ‘주주의 비례적 이익 보장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이사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논의했다. TF 단장인 오기형 의원은 “이번 정기국회 안에 입법 성과를 내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강행 의지를 밝혔다.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발제에서 “민주당의 코리아 부스트업 5대 프로젝트 중 주주 충실 의무가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4일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결정을 밝히면서 “이번 정기국회 내에 상법상 주주 충실 의무 조항 개정부터 개선책을 시행할 것”이라며 상법 개정안 카드를 꺼냈다. 이에 금투세 폐지에 대한 지지층의 반발을 무마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은 금투세 폐지 법안과 상법 개정안 동시 처리를 여당에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사는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상법 규정을 ‘회사와 총주주를 위하여’로 바꾸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소액주주 보호 취지를 내세웠지만 법을 개정하면 기업들이 잦은 소송에 시달릴 수 있다. 이로 인해 미래를 위한 투자나 인수합병(M&A) 차질 등 기업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해외 투기 자본의 공격도 유발할 수 있다.
그러잖아도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우리 전략산업의 충격과 수출 위축이 걱정되는 상황이다. 이런데도 옥죄기 입법으로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것은 자해 행위다. 민주당은 상법 개정 강행을 멈추고 기업의 자율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법안부터 통과시켜야 한다. 우리 반도체 기업이 경직된 주 52시간 근로제에 묶여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이 ‘연구개발(R&D) 52시간 근로제 적용 예외 가능’ 조항을 담은 반도체특별법 처리를 추진하고 있는데 민주당도 이 법안의 통과를 위해 적극 협력해야 할 것이다. 여야는 법인세 인하, 합리적인 상속세 개편 등 기업 친화적인 세제 환경을 만드는 데도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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