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다시 미국 대통령이 된다. 트럼프는 유세 중에 디트로이트를 방문해 멕시코산 자동차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이것은 멕시코에 공장을 지어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하지만 멕시코에 공장을 세워 수출하는 회사로는 중국만이 아니라 미국 회사인 포드,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와 우리나라의 현대차·기아도 마찬가지다.
미국 우선의 고립주의는 주된 견제 대상을 중국으로 삼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셈이고,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자국 회사에 감세 약속을 하고는 수입품에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하니 수출로 경제를 지탱하는 우리나라로서는 당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반 관세를 10~20%로 하는 것만으로도 가장 커다란 미국 시장에서 지난해에 160만 대 이상을 판매한 현대차·기아의 경우 수천억 원이 추가로 들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이나 의무화 규정을 없애겠다는 선언이 미칠 파장 또한 만만치 않다. 그렇지 않아도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현상이 시장에 팽배한 상황에서 트럼프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는 자동차 산업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도 예고되는 상황이어서 미국에 전기차 공장 설립을 진행해온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에 피해가 예상된다. 공화당이 상·하원까지 장악해 IRA 폐지를 막아설 동력도 줄어든 처지다. 신재생에너지의 확대와 전동화 경향은 전 지구적 추세이기 때문에 견제의 목소리도 있어 앞날을 가늠하기 쉽지 않지만 전기차 시장의 축소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를 적극 지원한 일론 머스크의 전기차 회사 테슬라에 미칠 영향 또한 미지수다. 중국에 더욱 가혹해질 트럼프의 정책이 중국에서 40% 이상의 부품을 조달하는 테슬라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클 것이고, 전기차 보조금을 없앨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테슬라는 위기에 빠질 수 있는데도 머스크는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한 바 있다. 전기차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 축소에도 상대적으로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호를 믿는 눈치다.
전기차 지원 축소에 대해서는 하이브리드차의 생산 확대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이브리드 기술의 원조인 일본과 최근에 하이브리드차의 기술 역량을 강화한 중국도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자생력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에 올인하겠다고 선언한 자동차 회사들에는 단기적으로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동조한 전기차 보급 속도 조절과, 탄소 저감을 위한 경로 기술로서 하이브리드 동력이 중요하다고 주장해온 전문가들의 의견이 주목을 받게 됐다. 급격한 전동화가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경고가 트럼프의 등장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그래도 위기는 항상 기회로 활용될 수 있다. 실질적으로 이산화탄소 저감에 기여하는 하이브리드 동력 기술 적용은 탄소 중립 연료 적용 기술과 더불어 기후위기 대응 탄소 중립을 이루는 실용적인 경로 기술일 수 있으므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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