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최근 서울 여의도공원에 가스기구 '서울달'을 타려고 갔다가 깜짝 놀랐다. 오후 5시에 갔는데 이씨 앞으로 대기팀이 80팀가량 있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직원이 세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안내했다"며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탈줄 몰랐다"고 말했다.
맑은 하늘이 계속되면서 높은 곳에서 서울을 내려다볼 수 있는 조망 명소로 여행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잠실부터 광화문·여의도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색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어서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문까지 이어지면서 ‘핫플’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서울달 탑승객 5명 중 1명 외국인
대표적인 게 바로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이 운영하는 가스 기구 서울달이다. 서울달은 8월 중순부터 이달 3일까지 총 1만 7000여 명이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외국인 관광객의 비중은 21%에 달했다. 이용객 5명 중 1명은 외국인이었던 셈이다. 운영 초기부터 내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탑승 수요가 몰리며 주말에는 세시간가량은 기다려야 탈 수 있다는 게 서울관광재단 측 설명이다.
서울달의 인기 비결은 한강과 고층 빌딩으로 구성된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높은 곳에서 구경할 수 있는 점이다. 서울달의 겉모습은 해외 열기구와 비슷하지만 가스를 연소시키며 띄우는 방식이라는 점이 다르다. 한 번에 20명 내외가 탑승해 최대 건물 43층 높이까지 올라 7분여간 상공에 머무른다. 이용객들은 여의도 일대부터 한강 너머 남산타워·월드컵경기장 등까지 볼 수 있다. 일몰 후 탑승하면 서울의 야경을 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서울관광재단 측은 “현재까지는 영어권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서울달을 이용했다”며 “온라인 예약 시스템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스카이·N서울타워서 단풍 구경 인기
롯데월드가 운영하는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역시 외국인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올 1월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외국인 관광객 비중은 전체의 23%가량을 차지했다. 지난해 서울스카이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비중은 15%였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12%)과 비교하면 두 배까지 늘어난 규모다.
서울스카이는 123층, 555m 높이로 국내에서 가장 높다. 세계에서 높은 전망대 기준으로는 6위를 차지하고 있다. 360도 파노라마로 서울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동쪽의 올림픽공원, 서쪽의 대모산, 남쪽의 남한산성과 석촌호수, 북쪽의 아차산 등을 볼 수 있다. 특히 가을철에는 서울 전역의 단풍을 하늘 위에서 조망하는 게 가능하다.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이 여행 코스로 서울스카이를 찾는 것도 이 때문이다. 118층 전망대에는 유리 바닥으로 된 ‘스카이데크’가 설치돼 있어 공중에서 단풍을 내려다볼 수 있다.
서울스카이에서는 올해 말까지 장애인 아티스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특별 전시 ‘2024 렁트멍 아트 컬렉션’도 진행된다. 1차 전시(11월)와 2차 전시(12월)로 나눠 유망한 장애 예술가 50여 명의 작품 150여 점을 선보인다. 방문객들이 서울의 전망을 보면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이동 동선을 따라 120층 북측 스카이테라스와 라운드월에 다양한 작품들을 배치했다. 롯데월드 측은 “별도 예약 없이 현장에서 티켓을 구입해 오는 외국인들이 많다”며 “대만·유럽·미주 등 국적도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남산 ‘N서울타워’의 경우 올 들어 9월까지 총 56만 명이 방문했다. 1년 전보다 16.7% 증가한 수치다. 입장객 중 외국인의 비중도 전년 동기 대비 21% 늘었다. 각종 드라마와 영화에 연인들이 남산에 자물쇠를 거는 장면이 나오면서 ‘사랑의 자물쇠’는 관광객들 사이에서 필수 포토존으로 자리 잡았다. N서울타워는 해발 480m 위치에서 서울시를 360도 파노라마 뷰로 조망할 수 있다.
여행 업계에서는 가을철 맑은 날씨가 계속되면서 당분간 전망대·열기구를 찾는 여행객들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멀리 가지 않고도 서울 시내에서 손쉽게 높은 곳에 올라 풍경을 즐기기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서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문이 부쩍 늘고 있다”며 “전망대에서 다른 즐길 거리도 마련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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