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범정부적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자체들이 앞다퉈 맞선 행사를 개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자체 맞선 행사는 2000년대 초 유행했지만 결혼이라는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은 데다 예산낭비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으며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기존 정책만으로는 출생률 높이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고개를 들면서 적지 않은 지자체들이 다시 맞선 행사를 개최하거나 준비하는 등 ‘뚜쟁이’ 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오는 23일 한강 세빛섬에서 20~30대 미혼남녀의 단체미팅 ‘설렘, in 한강’을 개최한다. 참가신청자 중 남녀 각각 50명을 무작위로 추첨해 한강 요트 투어 등 이벤트를 함께 즐기도록 했다. 최종 커플이 된 남녀에게는 최대 1000만원 상당의 데이트권을 제공하는 파격적인 ‘당근책’까지 내놓았다. 2010년대 후반까지 맞선 행사를 꾸준히 개최하다 비난여론에 밀려 사업을 중단했던 부산시도 최근 재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기초지자체만해도 오산시의 ‘쏠로만 오산’, 시흥시의 ‘솔로 인 거북섬’, 화성시의 ‘화성탐사’ 등이 이름만 다를 뿐 맞선행사로 순항중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성남시가 지난해 7월 처음 개최한 미혼남녀의 만남 ‘솔로몬의 선택’의 흥행과 맞물려 있다.
솔로몬의 선택을 시작 할 때만 해도 방대한 데이터로 무장한 대형 결혼정보회사나 온라인 만남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딱딱해 보이는 관 주도 행사에 발을 들여놓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적 견해가 존재했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는 해를 넘겨 올해까지 11회 차까지 진행되면서 반색으로 바뀌었다.
성남시에 따르면 그동안 매회 100명(남녀 각 50명)이 참여해 총 231쌍의 커플 매칭이 이뤄졌다. 평균 매칭률은 절반에 가까운 45.3%에 달했다. 특히 올해 2쌍이 백년가약을 맺어 가시적 성과를 냈다. 범죄이력 조회 등 ‘안전한 데이트’를 위한 시의 노력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설문조사에 응한 참가자 115명(35.9%)이 연애 중이며 상대방과 결혼 계획 여부에 78.3%가 ‘OK’ 사인을 낸 만큼 더 많은 이들이 부부의 연을 맺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솔로몬의 선택 성공은 지난해 뉴욕타임스, 보스턴글로브,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할 만큼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 재난 수준의 저출생 문제를 겪고 있는 한국사회의 부정적 단면을 드러냈다는 시각도 엿보이지만 성남시의 노력은 평가 받을 만하다는 지적이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최근 한국 지자체장 최초로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블룸버그 시티랩 국제회의 연사로 초청 받아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도시’의 세션서 솔로몬의 선택 성공비결을 발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솔로몬의 선택 성공 비결은 대상자인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접근하고자 한 것”이라며 “대놓고 ‘결혼⋅출산’을 내세우기보다 요즘 청년들이 겪는 만남, 연애, 결혼의 어려움에 주목하고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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