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소유한 소셜미디어 플랫폼 X(옛 트위터)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선전 미디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선 캠페인 내내 X로 트럼프 당선인을 적극 홍보해온 머스크는 이제 차기 행정부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보수 지지자들의 의견을 교환하는 장소로 이 SNS를 활용하는 모습이다.
9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대선이 치러진 5일부터 약 4일간 자신의 X 계정에 400건 이상의 정치 관련 게시물을 올리며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를 축하하고 당선인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6일 X 사용자들에게 트럼프 당선 가능성에 관한 속보를 전달할 것을 촉구했고 7일에는 거의 모두 빨간색으로 도배된 미국 선거 지도를 게시했다. X는 우파 플랫폼으로 불리는 갭(Gab), 팔러(Parler), 트루스소셜 등의 중심이기도 하다. 갭의 한 사용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일론이 알려줄 것”이라고 썼다. 텔레그램 극우 채널의 한 회원도 “축하 파티는 X로 가져가세요”라고 게시했다.
트럼프의 재선이 확정되자 머스크는 X를 차기 행정부의 비전을 제시하는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정부효율성위원회’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고 보건 및 팬데믹 대응을 감독하는 정부 기관과 관련해 ‘대대적인 대청소’가 필요하다고 했다. 트럼프의 당선이 스페이스X의 화성 탐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글도 게시했다.
NYT는 트럼프의 재선이 확정된 가운데 머스크의 이런 행보는 더욱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선거 캠페인 기간에도 트럼프 당선인을 지지하거나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비방하는 글을 10월 한 달간 3000건 이상 올려 논란을 빚었다. X 플랫폼에서 공화당을 지지하는 계정이 대폭 늘고 조회 수가 민주당 지지 계정의 2배가 넘는 등의 현상이 관찰돼 알고리즘 조작 의혹이 일기도 했다. 스티븐 리빙스턴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머스크가 X를 인수하면서) 공적 영역이 특정인을 위한 메가폰으로 바뀌었다”고 꼬집었다. 셰넌 맥그리거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 역시 “X는 우파 성향의 플랫폼이 아니라 우파가 이끄는 플랫폼”이라며 “트위터는 과거 정치인들이 뉴스와 민심을 파악하는 장소였지만 이제는 정치적 중립성을 잃어 공화당 인사들이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는 장으로 바뀌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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