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선인 중의원 선거 이후 차기 총리를 지명할 특별국회가 11일 소집되는 가운데 현재로서는 이시바 시게루 현 총리가 재선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자민·공명 여당이 과반 의석 확보 실패로 소수여당으로 전락해 통상적인 의회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만큼 기존 ‘자민 1강 시절’의 일방적이고 불투명한 정치 시스템이 개선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10일 일본 주요 언론에 따르면 11일 특별국회에서 열리는 총리 지명 선거에서는 1994년 이후 30년 만에 결선투표가 실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민당(191석)과 공명당(24석)의 여당은 중의원(465석)의 과반인 233석에 18석이 부족한 상황이다. 결선투표에서는 이시바 총리와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 대표가 상위 2명으로 겨룰 것으로 보인다. 일본유신회와 국민민주당이 결선에서도 모두 자당 대표에게 투표할 방침이어서 이들의 표는 무효가 된다. 이 경우 다수당인 자민당의 총재인 이시바 총리의 재선출이 유력해진다.
이시바 총리는 11일 총리로 재선출되면 제2차 이시바 내각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새 내각에서는 총선에서 낙선한 자민당 농림수산상과 법무상 2명, 공명당 몫인 국토교통상 1명 등 3명만 교체되고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과 외무상·방위상 등 주요 각료는 유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국회는 자민·공명 양당이 처음 연립 정권을 구성한 1999년 이후 26년 만에 겪는 ‘소수 여당 체제’다. 이들이 가장 먼저 직면할 과제는 의사 결정 방식의 변화다. 예산안과 법안 처리가 야당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정부 예산안 심의를 담당하는 예산위원장직도 제1야당(입헌민주당)이 맡는 등 정국 변화가 가시화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향후 여당이 정책 색이 비슷한 국민민주당에 한정하지 않고 사안별로 입헌민주당이나 일본유신회를 포함한 야당과 협의해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정권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자민당 1강 체제에서 확립된 ‘사전심사제도’의 개선에도 불이 붙을지 주목된다. 1970년대에 확립된 이 제도는 여당이 법안의 국회 제출 전에 내부 검토를 하는 시스템이다. 비공개로 운영돼 투명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정 이익 단체와 연계된 의원들이 심사 과정을 좌우하고 사전 심사를 거친 법안은 본회의에서 원안 통과가 관행화되면서 야당의 의견 반영에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여당이 과반수 의석을 잃으면서 11일부터 시작되는 특별국회는 ‘소수 여당’이라는 이례적인 국회가 될 것”이라며 “야당의 찬성 없이는 예산안도, 법안도 통과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 일본 정치가 폭넓은 민의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변화할지, 아니면 불안정성만 심화할지 여야의 태도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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