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에서 이스라엘 축구팬들을 겨냥한 반(反)유대주의 폭행 사건이 외교 문제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딕 스호프 네덜란드 총리는 사고 뒷수습을 위해 11일(현지 시간)부터 아제르바이잔에서 개막하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불참을 선언했다.
스호프 총리는 9일 X(옛 트위터)에서 이같이 밝히며 “7일 밤 암스테르담에서 발생한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네덜란드에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11일 내각회의에서 폭력 사태를 논의한 후 12일 반유대주의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회의를 소집할 예정이다. 네덜란드 하원에서도 빠른 시일 내에 이번 사건을 다룰 회의를 개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선 7일 저녁 암스테르담에서 네덜란드 축구팀 아약스와 이스라엘 축구팀 마카비텔아비브 간 유로파리그(UEL) 경기가 끝난 뒤 도시 곳곳에서는 원정 응원을 온 이스라엘 축구팬들이 폭행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태로 30명이 부상하고 이 중 5명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스라엘은 국적기를 급파해 응원단을 본국으로 데려갔다. 암스테르담 검찰은 이번 사건으로 체포된 60여 명 중 40명은 공공질서 교란 혐의로, 10명은 기물 파손 혐의로 벌금을 부과받았다고 밝혔다. 미성년자 2명을 포함한 4명의 용의자는 폭행 혐의로 여전히 구금된 상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날 이번 사건을 “끔찍한 폭력 사태”로 규탄하며 “86년 전 내일(9일)은 유럽 땅에서 유대인이 그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공격당했던 ‘크리스탈나흐트(수정의 밤)였다”고 지적했다. 수정의 밤은 1938년 11월 9일 나치 독일 전역에서 유대인 가게가 약탈되고 회당에 방화가 일어난 사건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기드온 사르 외무장관을 네덜란드로 급파해 폭력 사태의 대응책을 논의하도록 했다. 유대인인 미국 헤지펀드계 거물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은 사건 직후 암스테르담 증권거래소 상장 철회 계획을 밝히며 “관광객과 소수 인종을 보호하는 데 실패한 국가를 떠난다”고 비판했다.
네덜란드 검찰은 폭력 사태가 반유대주의적 동기에 따라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조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용의자들이 추가로 체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암스테르담 당국은 주말 동안 도심 전역에 시위 금지령을 내리고 경찰에 긴급 수색 권한을 부여했다. 도심 내 유대인 유적지에 대한 보안 경계도 강화됐다. 가자지구 전쟁 발발 후 네덜란드를 비롯한 유럽에서는 반유대주의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 로이터는 “다수의 유대인 단체와 학교에서 협박·증오성 메일이 보고됐다”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