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기 진작을 위한 특별국채 발행 규모 등을 확정할 것으로 예상됐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가 지방정부 부채 해결에 방점을 두고 막을 내렸다. 예상과 달리 부동산 시장 활성화, 내수 부양 등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이 없어 시장은 실망하는 분위기였지만 정작 중국은 연간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은 물론 내년 이후 경제 상황도 낙관하는 모습이다. 잇따른 경기 부양책으로 최근 경제지표가 호전되고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이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는 무역 전쟁과 관련해 중국 정부가 이에 대응할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는 기대감도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이 추가 재정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한 8일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과 관련해 투자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로이터는 “(시장이) 트럼프 당선이 (회견으로부터) 불과 며칠 전이라는 점을 감안해 기대감을 키운 데다 미중 갈등과 무역 전쟁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특별한 조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ING의 중국수석경제학자인 린 송은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정책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시장이 실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인대 개최 전 로이터는 중국이 전인대에서 10조 위안 이상의 대규모 부양책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부동산 시장과 소비 회복을 이끌어 경제성장률 5%를 사수하기 위해 비슷한 규모의 재정정책이 뒷받침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중국은 지방정부 부채 한도 6조 위안 증액 및 지방정부 특별채권 4조 위안 투입 등 10조 위안의 지방정부 부채 해결안을 내놓는 데 그쳤다.
이를 두고 ‘트럼프 취임 후’를 내다본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당장은 경기와 관련한 급한 불을 끈 만큼 에너지를 비축해둘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의 중국 담당인 던컨 리글리 수석경제학자는 “중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트럼프가 취임하기 전에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블룸버그는 올 9월 말부터 이어진 중국의 릴레이 경기 부양책이 효과를 발휘하며 시장의 불안감이 상쇄되고 올해 5% 경제성장률 달성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경기 전망을 나타내는 10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6개월 만에 확장 영역에 들어섰고 수출도 전년 동기 대비 12.7% 증가해 1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산 제품에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백악관에 복귀하면 그때 추가 조치를 취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 딩솽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중국담당 수석경제학자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최근 중국 고위 관리들은 5% 성장 목표 달성에 더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경제성장 리스크가 감소하면서 중국 정책 입안자들은 내년을 위해 화력을 비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시선은 다음 달 열릴 중앙경제공작회의로 옮겨간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중국 당국이 중앙경제공작회의를 포함한 12월 정책결정회의로 부양책 발표를 미루는 것 같다는 진단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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