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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새마을금고 혁신을 위한 마지막 문턱

■한순기 행정안전부 지방재정경제실장

건전성·관리감독 규제 강화 등

혁신안 1년…안정 찾아가지만

책임경영·지배구조 개혁 절실

'새마을금고법' 조속 통과해야





전남 강진, 경북 영양, 강원 고성 등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지역에서는 고령인 주민들이 목돈을 굴리려 해도, 소상공인들이 사업을 위해 대출받으려 해도 돈을 맡기거나 빌릴 곳이 마땅하지 않다. 시중은행이 운영 중인 지역 점포가 없어서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은 비용 절감을 위해 2018년 이후 지방에 산재해 있던 3563개 점포를 최근 5년 사이 700곳 이상 폐쇄했다. 금융거래의 패러다임이 모바일 중심의 비대면으로 전환된 탓이다.

새마을금고와 같은 금융협동조합만이 지역에 남아 이들의 버팀목이 돼주고 있다. 1963년 두레·계·향약 등 우리 전통에 깃든 상부상조 정신을 계승하며 출범한 새마을금고는 반세기가 넘도록 지역경제 발전의 밑거름 역할을 했다. 은행 점포가 20% 감소하는 동안 새마을금고는 오히려 점포를 늘려 올해 6월 기준 전국에 3269개 점포를 유지하고 있다. 4대 시중은행 점포를 모두 더한 2826개보다 훨씬 많다. 이는 새마을금고가 효율과 이윤보다는 소상공인과 중·장년층 등 지역주민의 금융 접근성을 우선하는 ‘서민금융기관’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오랜 세월 지역 서민의 든든한 금융 버팀목이던 새마을금고는 지난해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본분을 잊고 수익성을 쫓아 능력 이상으로 기업 대출을 취급한 결과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건전성에 직격탄을 맞았고 과도한 권한 집중으로 전임 중앙회장을 포함한 일부 임직원이 횡령·비리 혐의로 구속됐다. 급기야 예금인출 사태에 직면하면서 정부가 수습에 나서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행정안전부의 새마을금고 관리·감독 능력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이에 행안부와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지난해 11월 경영혁신방안을 마련해 고강도 쇄신에 돌입했다. 우선 ‘동일업권 동일규제’ 원칙 아래 건전성 규제를 다른 상호금융권 수준으로 강화했다. 나아가 대출 사고 예방을 위해 금고가 10억 원 이상을 대출할 때 새마을금고중앙회와 인근 금고의 상호 검토를 거치도록 했다. 부실우려금고는 고객과 회원 자산 보호를 위해 신속하게 합병해 나가고 있다.

한편 새마을금고 관리·감독 거버넌스도 금융 당국과의 공동 감독체계로 전환해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가 참여하는 정부합동감사를 대폭 확대했다. 행안부 내 새마을금고 관련 부서에도 금융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보강해 관리·감독 능력 역시 높였다. 새마을금고중앙회도 회장 보수를 20% 이상 삭감하는 등 자체 혁신 과제를 책임감 있게 이행하고 있다. 다만 중앙회장 임기 단축과 전문경영인체제 도입 등 지배구조 개혁 과제는 입법이 필요해 미완으로 남아 있다.

며칠 있으면 새마을금고 경영혁신안이 발표된 지 1년이 된다. 최근 혁신안 중 입법이 필요한 과제를 추진하기 위한 ‘새마을금고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논의를 앞두고 있다. 중앙회장과 금고 이사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상호금융 취지에 걸맞은 책임경영이 이뤄지도록 하려면 혁신법안의 통과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정부와 새마을금고의 뼈를 깎는 노력으로 새마을금고는 차츰 안정화되고 있지만 혁신을 통해 서민을 보듬는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고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혁신법안은 새마을금고의 근본적 혁신을 위해 남은 마지막 문턱이다. 국회·정부·새마을금고가 혁신을 위해 한 뜻을 모아야 새마을금고가 지역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서민금융기관으로 다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새마을금고 혁신의 성과는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터넷·스마트폰이 낯선 중·장년층, 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소상공인 등 소외된 이웃에게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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