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싸고 9개월째 계속되는 의정 갈등을 풀기 위한 여야의정협의체가 11일 출범했다. 정부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대통령실 정책실장, 교육부 장관, 보건복지부 장관이 참석했다. 여당에서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정책위의장이, 의료계에서는 대학병원 교수가 주축인 대한의학회와 대학병원장 중심의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가 참여했다. 의정 갈등의 핵심 당사자인 전공의 단체가 불참해 반쪽짜리 협의체라는 우려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전공의들의 불참을 핑계로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핵심 당사자들이 빠지기는 했으나 여야의정협의체가 첫발을 떼고 대화의 장을 마련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협의체는 의대 정원 문제를 비롯해 사직 전공의 복귀 방안, 전공의 처우 개선, 의료사고 면책특례 조항,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등 의료계의 주요 요구 사항을 다룰 예정이다. 논의 속도를 높여 연말까지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초강경파인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부적절한 언행으로 10일 탄핵됨에 따라 의료계의 리더십 변화도 기대된다.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는 의협은 전공의들과 협의를 거쳐 협의체 참석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전공의들도 여야의정협의체 출범에 대해 “무의미하다”며 평가절하할 것이 아니라 더 늦지 않게 협의체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2025년도 의대 정원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것은 더 큰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전공의들은 실현 불가능한 전제조건을 고집하기보다 2026년 이후 의대 정원을 적정 수준으로 조정하는 한편 합리적인 수가 보상 체계 등으로 실질적으로 처우를 개선하는 방안을 차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의협의 차기 지도부도 기득권 수호에서 벗어나 국민의 건강권 보호를 우선 생각하면서 모든 의사들이 환자 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무엇보다 여야의정협의체를 처음 제안했던 민주당이 언행일치를 보여야 할 때다. 거대 야당이 정치적 득실 계산을 접고 조속히 협의체에 참여해 의료 정상화와 필수·지역 의료 강화 방안 마련에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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