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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대 대비하는 EU, 국방 지원에 기금 전용 허용 [트럼프 2.0시대]

585조원 ‘결속 기금’ 용처 제한 완화

탱크 이동성 확대 등 자금 투입 가능

무기 직접 구매는 여전히 금지 대상

트럼프 방위비 증액 요구·위협 대비


유럽연합(EU)이 사용처에 제한을 뒀던 기금을 풀어 국방 지원에 전용할 수 있도록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가 확정되면서 유럽 국가 사이에서 방위비 증액의 필요성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1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는 공동 예산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이른바 ‘결속기금(cohesion fund)’의 사용처 제한을 완화하기로 했다. 결속기금은 회원국 간 경제 불균형 완화를 목적으로 마련된 것으로 현재 ‘2021~2027년 기금 운용 계획’이 3920억 유로(약 585조 원) 규모로 관리되고 있다. 그러나 결속기금의 예산 집행률은 약 5%에 불과하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결속기금은 군사·방위 목적의 직접 지출이 불가능하며 무기 및 군수품 구매, 군부 지원에도 쓸 수 없다. 다만 드론처럼 ‘이중 용도 제품’ 중 민간 용도가 목적인 경우에는 투자가 예외적으로 인정된다. 재난 대응이나 민방위 목적의 장비, 국경 보안 관련 비군사적 장비 구매 역시 예외 대상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앞으로 몇 주에 걸쳐 새로운 방침을 회원국에 통보해 결속기금을 과거보다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제한 완화 조치로 무기·탄약 생산 증대 등 방위산업 지원에도 예산을 쓸 수 있게 됐다. 탱크가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도로와 교량을 강화하는 군 이동성 확보 방안에도 결속기금이 투입될 수 있다. 그러나 무기와 탄약을 직접 구매하는 데 이용되는 것은 여전히 금지된다.



EU 집행위 관계자는 ‘지역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전반적 사명’에 기여하기만 한다면 방위산업에 결속기금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이번 정책 변경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방비 지출 확대 압박과 외국 투자 감소에 고통을 겪고 있는 동유럽 회원국들의 환영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FT는 이번 조치에 대해 “2028년부터 시작될 차기 EU 예산에서 국방 분야가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사울리 니니스퇴 전 핀란드 대통령은 최근 EU 특별고문 자격으로 EU 집행위에 제출한 특별 보고서에서 “EU 예산의 약 20%를 안보 및 위기 대비에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중 자신이 대통령이 됐을 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 지출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러시아가 뭘 하려고 하든 내버려둘 것’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촉발했다. 나토 회원국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지출 목표치는 2%로 설정돼 있으나 대부분은 이에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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