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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마가' 외교본색…우크라·중동서 발 빼고 中만 때린다[트럼프 2.0시대]

[외교 투톱에 루비오·왈츠 발탁]

쿠바출신 루비오 틱톡금지법 앞장

왈츠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

무역전쟁 뛰어넘는 격한충돌 예고

北에도 강경…"선박 나포" 주장도

韓엔 방위비·기술통제 요구 거셀듯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 대통령 당선인과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이달 4일(현지 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유세에서 친밀감을 과시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자신의 재임 2기를 뒷받침할 ‘외교 투톱’으로 미 의회 내 대표적 대(對)중국 강경파들을 발탁한 것은 앞으로 4년간 중국에 대한 대응에 외교 역량을 쏟아붓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은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의 ‘2개의 전선’에 미국의 힘이 낭비되고 있으며 경제·안보 분야에서 중국의 부상을 강력하게 견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런 흐름 속에서 트럼프 2기에서는 1기 때의 무역전쟁을 훨씬 뛰어넘는 미중 간의 격한 충돌이 예상된다.



11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차기 국무장관으로 유력시되는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발탁된 마이클 왈츠 하원의원은 미 상·하원에서 각각 중국에 대한 공격적 입법을 주도해온 정치인으로 꼽힌다. 국무장관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국방장관,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더불어 국가 안보 정책 결정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요직으로, 이들이 낙점된 것은 트럼프 2기의 외교 노선을 가늠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쿠바 이민자 가정 출신인 루비오 의원은 호텔 바텐더 아버지와 청소부 어머니 밑에서 자란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과 같은 인물로 2016년 대선에도 도전했던 중량급 인사다. 그의 쿠바 혈통은 ‘반(反)공산주의’와 맞닿아 있으며 실제로 중국·쿠바·이란 등에 강경한 입장을 취해왔다. 그는 “틱톡은 중국 공산당의 꼭두각시”라며 틱톡금지법을 발의했고 신장 위구르족 강제 노동 방지 법안을 주도해 중국 당국의 제재 대상에도 올랐다. 그는 올 9월에는 ‘중국이 만든 세상’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전기차·조선·반도체 등 주요 산업 분야에서 중국에 맞설 수 있는 대담한 규제 완화와 강력한 무역장벽을 주문했다.

왈츠 의원은 미 육군 특수부대인 ‘그린베레’ 출신으로 아프가니스탄·중동·아프리카 등의 전투에서 무공을 세운 전쟁 영웅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국방부 국방정책국장을 지냈고 2010년 방산 기업을 직접 창업하기도 했다. 대표적 대중 강경파인 그는 현재 하원 중국 특위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핵심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을 줄이고 미국 대학과 학계를 중국의 간첩 활동에서 보호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그는 2021년 한 행사에서 “우리는 중국공산당과 냉전 중”이라면서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을 주장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트럼프가 중국 정책에 있어 매파 성향의 ‘루비오-왈츠’ 조합을 택한 것은 우크라이나와 중동 문제를 신속히 마무리 짓고 중국에 대한 경제적·군사적 압박을 최고 수위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특히 ‘트럼프 충성파’로 분류되는 왈츠 의원은 이달 초 이코노미스트 기고에서 “우크라이나를 필요한 만큼 지원하는 것은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라면서 “유럽과 중동이 안정되면 미국은 마침내 중국 정책을 우선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루비오 의원은 트럼프보다는 전통 공화당 외교 노선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됐지만 그 역시 ‘우크라이나 종전’에 찬성하고 중국 대응에 힘을 싣자는 입장으로 돌아선 셈이다.

루비오 의원과 왈츠 의원은 북한에는 매우 강경하지만 한국에는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한반도 정책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주목된다. 왈츠 의원은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에 대해 “위험한 동맹”이라며 조 바이든 행정부가 군수물자 수송선박을 나포하거나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한파’로 분류되는 루비오 의원은 2017년 문재인 정부 당시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문 대통령의 유화적 대북 접근을 경계하라는 서명을 보낸 일화로도 잘 알려져 있다.

다만 이들이 한국에 대한 이해가 높다 할지라도 방위비 분담과 첨단기술 대중 통제 등에 있어 한국을 향한 요구는 더욱 거칠어질 것이 분명하다. 왈츠 의원은 그간 “나토 회원국도 집단 방어를 보장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동맹국들의 방위비 증액을 촉구해왔다. 루비오 의원은 지난해 5월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사업장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를 1년간 유예한 것을 문제 삼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는 이날 환경 정책을 이끌어갈 환경보호청장(EPA)에 자신의 강경한 지지자였던 리 젤딘 전 하원의원을 지명한다고 밝혔다. 젤딘 전 의원은 2020년 대선 사기를 주장해온 트럼프의 대표적인 충성파로 분류된다. 트럼프는 또 국토안보부 장관에 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타 주지사를, 정책 담당 백악관 부비서실장에 스티븐 밀러 전 백악관 선임 겸 연설담당관을 임명할 예정이라고 CNN이 이날 전했다. 트럼프의 대표적인 측근인 이들은 각각 내각과 백악관에서 트럼프의 ‘불법 이민자 대량 추방’ 계획을 집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밀러 전 선임은 앞서 트럼프 2기에서는 불법 이민 추방자 수를 현재의 10배 이상인 연 100만 명 수준으로 늘릴 것이라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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