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에어쇼인 ‘중국국제항공우주박람회’가 열린 중국 남부 광둥성 주하이시에서 차량 돌진 사고가 발생해 7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건 직후 현장 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졌지만 당국이 역외세력이 일으킨 사고일 수 있다며 검열에 나서 해당 자료가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주하이시 공안국은 “지난 11일 오후 7시 48분께 주하이시 체육센터 안에서 중대 악성 사건이 발생했다”며 “35명이 숨지고 43명이 병원에서 치료 중”이라고 12일 밝혔다.
공안에 따르면 운전자 판모 씨가 몰던 소형 오프로드 차량이 체육센터로 돌진해 센터 내 인도에서 운동 중이던 시민들을 덮쳤다. 현장에서 체포된 운전자는 차량 내에서 자해를 시도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안은 현장 조사와 영상 등을 토대로 운전자가 이혼 후 재산 분할 결과에 불만을 갖고 이 같은 사건을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는 평소 지역 주민들이 운동과 산책을 위해 즐겨 찾던 곳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대에 발생해 피해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피해자 중 상당 수가 고령층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일간지 홍콩 명보는 사고 장소는 약 400m 길이의 보행자 전용 구역이며 현장에 신발·모자·가방이 널브러져 있었다고 밝혔다. 또 현지 노인 트레킹 단체인 ‘아름다운 주하이 트레킹팀’이라고 적힌 붉은색 깃발도 있었다고 처참했던 상황을 전했다.
사고 발상 직후 웨이보 같은 중국 SNS에는 사건 현장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 등이 급속히 유포됐으나 곧 당국에 의해 검열·삭제됐다. 현재 웨이보 등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관련 게시물은 찾아볼 수 없는 상태다. 사고 직후 웨이보 인기 검색어였던 ‘주하이 스포츠센터’는 내려갔고 ‘주하이 에어쇼’가 최상단에 올라와 있다.
홍콩 명보는 일부 네티즌의 주장을 인용해 “당국이 당원들에게 온라인 채팅방에서 긍정적 가이드를 제시해 관련 내용이 공황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며 “세계가 (에어쇼로) 주하이를 지켜보는 때에 사회적 보복 가능성이 있는 사건이 발생했고 역외 세력이 고의로 혼란을 일으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사고가 발생한 주하이시에는 중국국제항공우주박람회(주하이 에어쇼) 개최로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올해 주하이 에어쇼는 인민해방군 공군 창설 75주년을 맞아 사상 최대 규모로 열렸으며 5세대 스텔스 전투기 J-35A 등 중국의 최첨단 무기들이 총출동해 미국 등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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