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와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 KDI는 12일 발표한 ‘2024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내수 회복 지연을 이유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2.5%에서 2.2%로 낮췄다. 8월에 2.1%로 제시했던 내년 성장률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수출 둔화 우려를 반영해 2.0%로 내렸다. 올해 7%로 예상되는 수출 증가율은 미국의 관세 장벽이 2026년부터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내년에 2.1%로 꺾일 것이라고 KDI는 전망했다. 미국이 보편관세 시행을 내년으로 앞당긴다면 우리 수출과 성장률은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리스크’는 이미 우리 경제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미국이 글로벌 자금을 빨아들이는 가운데 코스피지수 2500선이 붕괴될 정도로 증시는 맥을 못 추고 있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연일 1400원을 넘나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와 고율 관세 정책의 여파로 고환율이 고착화한다면 겨우 안정을 찾아가는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이는 경기 부양을 위한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에 제동을 거는 요인이 된다. 원화 약세에 따른 수출 증대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트럼프발(發) 고율 관세가 환율 효과를 상쇄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가 수출·내수 동반 하락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는데도 정부에서는 절박한 위기의식이 느껴지지 않는다. 한국 경제에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이 몰려드는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경제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낙관론을 펴고 경제팀은 ‘거시 경제의 안정적 관리’를 성과로 내세우는 등 안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금은 위기 징후를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하면서 ‘경제 안전벨트’를 단단히 조이고 성장 동력을 재점화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할 때다. 그래야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3고(高)에 맞서 경제를 살리고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우리 경제가 무방비 상태로 트럼프 2기를 맞게 된 데는 거듭된 경고음에도 낙관론에 안주한 정부의 책임이 적지 않다. 이제라도 안이한 인식에서 벗어나 금융·외환 등 경제 전반의 리스크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비상한 각오로 경제 위기 극복 전략을 정교하게 마련해 성장 동력을 살리고 성장률을 끌어올려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