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프트뱅크그룹(SBG)이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최신 블랙웰(Blackwell) 칩을 활용한 첫 인공지능(AI) 슈퍼컴퓨터를 구축에 나선다.
13일 블룸버그통신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대표이사(CEO)와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 일본 SBG 회장은 이날 도쿄에서 열린 엔비디아 주최 행사에 참석해 이런 계획을 밝혔다. SBG 통신 부문은 엔비디아의 DGX B200 제품을 기반으로 AI 슈퍼컴퓨터를 구축하고, 이후 한층 진보된 그레이스 블랙웰(Grace Blackwell) 버전으로의 업그레이드도 예정하고 있다. SBG은 이 외에도 엔비디아 장비를 사용해 셀룰러 네트워크를 통한 AI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황 CEO는 “이 같은 계획을 통해 일본 전역을 아우르는 AI 그리드가 구축될 것”이라며 “이는 통신망을 AI 네트워크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우리는 새 시대의 개막을 맞고 있다”며 “일본의 많은 기업이 엔비디아와 협력해 왔고, 일본은 우리에게 중요한 국가”라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이날 황 대표와의 대담에서 AI에 대한 꾸준한 투자 의지를 내비치는 한편, “당신의 칩을 더 많이 사겠다”며 엔비디아에 러브콜을 보냈다.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을 언급하며 ‘일본이 변화의 문턱에 있다’는 점을 어필하기도 했다. 손 회장은 “일본 정부와 기업 모두 신기술 채택이 더디다는 비판을 자주 받아왔다”며 “그러나 이번엔 일본 정부가 AI와 로봇 공학의 발전을 방해하지 않는다. 더 촉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최근 열정을 쏟고 있는 것은 AI 로보틱스”라며 ‘퍼스널 에이전트’라는 개념을 제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인간이 소속된 환경의 문화와 행동을 이해하는 전용 AI가 어린 시절부터 개인과 함께한다는 구상이다. 손 회장은 AI에 대한 개발 의지를 담아 “빌 게이츠는 PC, 스티브 잡스는 스마트폰, 우리는 AI 에이전트를 모든 사람에게”라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여기서부터 함께 훌륭한 가치를 만들어가자”고 손 회장에게 제안했다.
한편, 이날 행사장에선 황 대표가 과거 손 회장이 엔비디아 지분을 보유했던 사실, 두 사람 사이에 엔비디아 인수 이야기가 오갔던 일화 등을 언급해 웃음을 자아냈다. 황 대표가 “상상해보세요. (SBG가) 우리의 최대주주였다면…”이라고 말하자 손 회장은 울먹이는 시늉을 하며 “3번(인수 등을) 시도했다”고 답하며 둘 간의 오랜 역사를 되짚었다.
손 회장은 2016년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암(ARM)을 인수한 뒤 황 대표에게 비공개석상에서 엔비디아 인수를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이에 대해 황 대표는 “그때 거절한 것을 지금 약간 후회하고 있다”고 농담 섞인 말로 응수했다. 같은 해 말 손 회장은 비전펀드를 통해 엔비디아 주식 약 5%를 취득했다. 그러나 2019년 당시 엔비디아 주가가 급락, 매각 압박을 받은 SBG은 그해 1월 전량을 매도했다. 이후 2020년 SBG은 엔비디아에 ARM을 매각하는 대가로 엔비디아 주식 최대 8%를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의 반독점 당국의 반대로 2022년 이를 포기하게 된다. 손 회장은 “그게 세 번째 시도였다”고 말한 뒤 “오 마이 갓(맙소사)”라고 한탄했다. 엔비디아는 현재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 글로벌 1위 종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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