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재미있습니다.”
국내 최고의 항암 분야 석학으로 불리다가 유한양행에 합류한지 1년 9개월. 김열홍(사진) 연구개발(R&D) 총괄사장은 의대 교수 생활과 제약사 R&D 사장으로 지내는 것의 차이에 대해 묻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같이 답했다.
김 사장은 13일 서울 동작구 유한양행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의대 교수들은 모두 독자적인 활동을 하지만 기업에서는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협력하고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점이 흥미롭다” 면서 “유한양행의 인적자원이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해왔는데 실력 있는 분들과 함께 일할 수 있게 된 것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고대 의대 안암병원종양혈액내과 교수 시절 암 연구와 치료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를 주도하다가 지난해 3월 유한양행에 합류해 R&D를 총괄하고 있다. 그는 취임 즉시 R&D를 강화하기 위해 중앙연구소와 임상의학부문을 사업본부급으로 격상시키고 독립적인 연구를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R&BD 본부도 신설해 개방형 혁신을 선도할 수 있게 했다. 김 사장은 “R&BD본부 내 직원이 10%정도 늘었다”며 “R&D역량을 바탕으로 사업개발(BD) 업무까지 할 수 있는 인재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사장이 R&D에 힘을 싣는 이유는 글로벌 제약사의 경쟁력이 R&D 역량과 신약개발 성과에서 나온다고 보기 때문이다. 유한양행은 앞서 2년 후 글로벌 톱50 제약사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올해는 2500억 원을 R&D에 투자하고 내년에도 연 매출의 20%를 투입할 계획이다. 그는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하려면 후속 블록버스터 신약을 키워서 지속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10~15년 동안 R&D에 끊임없이 대규모 투자를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 며 “내년 (존슨앤드존슨에서) 렉라자에 대한 로열티가 얼마나 들어올지, 어떤 좋은 후보물질을 도입할지에 따라 R&D 비용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한양행의 R&D에 대한 의지는 글로벌 시장에서 렉라자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렉라자는 지난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존슨앤드존슨(J&J)의 리브리반트와 병용요법으로 품목 허가를 받았다. J&J는 렉라자 병용요법의 연간 매출 목표를 50억 달러(약 6조 5000억 원)으로 잡고 있다. 김 사장은 “2015년 제노스코에서 후보물질을 도입해 전례 없는 글로벌 임상 3상을 완료하기까지 유한양행의 땀과 노력이 고스란히 녹아있다”며 “렉라자 단독 요법이 국내에서 먼저 상용화되며 경쟁 약물과 대등한 경쟁을 펼치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렉라자가 FDA 허가를 받은 이후 글로벌 제약사들이 유한양행을 바라보는 시각은 확연하게 달라졌다. 그는 “예전에는 쳐다보지도 않던 곳들도 이제는 유한양행 이름을 들으면 먼저 ‘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넨다”며 “후보물질의 글로벌 임상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려면 미국에서 해당 분야의 석학들을 연구자로 모시는 것이 중요한데 이제는 그들도 우리의 제안에 한층 주의 깊게 귀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렉라자의 성공 이후 유한양행은 ‘바이오벤처가 가장 협업하고 싶은 국내 제약사’로 손꼽히고 있다. 유한양행이 오픈이노베이션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결과다. 현재 보유한 33개의 신약 파이프라인 중 16개를 이 같은 협업을 통해 도입하고 개발 중이다. 이미 50여개의 바이오회사에 5000억 원 이상을 투자했으며 향후 투자 규모를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김 사장은 “후보물질이 작용할 타깃뿐만 아니라 해당 타깃이 확실하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질환군, 질환군 내 경쟁 상황, 경쟁을 극복할 전략 등을 구체적으로 갖춘 바이오벤처와의 협업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R&D뿐만 아니라 재정적으로도 유한양행과 ‘공동 운명체’다. 그는 “대학에서 받은 퇴직금 대부분을 유한양행 주식에 넣었고 지금도 보너스를 받으면 그때그때 주식을 사고 있다”며 “유한양행의 발전은 저와 R&D가 끌고 나가야한다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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