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뺑소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수 김호중(32) 씨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김천시가 ‘김호중 소리길’ 철거 검토에 착수했다.
13일 김천시는 김씨의 실형 선고 소식에 김호중 소리길 철거를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소리길 철거 관련) 내부적으로 논의를 하고 있다”며 “최종 결과가 나왔으니, 내부적으로 방향을 정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김호중 소리길은 2021년 김천시가 예산 2억 원을 들여 김씨가 졸업한 김천예술고등학교에서부터 연화지까지의 골목에 조성한 관광 특화 거리다.
해당 길은 김씨 팬카페 상직색인 보라색으로 꾸며졌으며 거리 곳곳에 조형물, 벽화 거리, 포토존 등이 조성됐다. 지난해 최소 10만 명이 방문했을 만큼 지역의 대표 관광 자원으로 자리잡기도 했다. 그러나 김씨가 음주운전 혐의로 구속되자 해당 길을 철거하라는 민원이 김천시에 빗발치기도 했다.
이 가운데 김씨의 모교인 김천예술고등학교는 교내에서 김씨의 흔적을 모두 지웠다. 앞서 김천예고는 교내 쉼터 누각에 ‘트바로티 집’ 현판을 달고 김씨 관련 사진을 교내에 게시했다가 김씨의 음주 뺑소니 논란 직후 이를 모두 철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는 이날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는 음주운전을 하다가 피해자 운전 택시를 충격해 인적·물적 손해를 발생시켰음에도 무책임하게 도주한 데서 나아가 매니저 등에게 자신을 대신해 허위로 수사기관에 자수하게 했다”며 “초동수사에 혼선을 초래하고, 경찰 수사력도 상당히 낭비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텔로 도주한 뒤 입실 전 맥주를 구매하는 등 전반적인 태도를 비춰보면 성인으로서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을 가졌는지 의문”이라며 “객관적 증거인 폐쇄회로(CC)TV에 의해 음주 영향으로 비틀거리는 게 보이는데도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하며 (범행을) 부인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불량하다”고 질타했다.
김씨는 지난 5월 9일 오후 11시 44분쯤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에서 술을 마시고 차를 몰다 중앙선을 침범해 반대편 도로 택시와 충돌한 뒤 달아나고, 매니저에게 대신 자수시킨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 등)로 구속 기소됐다.
음주운전 사실을 극구 부인하던 김씨는 사고 열흘 만에 범행을 시인했고 검찰은 지난 9월 김씨에게 징역 3년 6개월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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