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기술금융이 미주개발은행(IDB)의 요청으로 페루로 날아갔다. 페루를 포함한 중남미 국가들은 대부분 천연자원 중심의 1차 산업에 기반을 두고 있으나 산업 다각화를 위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고 있다. 우리나라도 중남미 국가로부터 구리와 같은 주요 광물 자원과 석유·천연가스 등을 수입하며 자원 확보, 경제적 기회 창출, 국제 외교와 문화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다각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최근 세계은행(WB) 보고서는 한국을 ‘중진국의 벽’을 넘어선 성공 사례로 평가했으며 이는 중남미 국가들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들 국가는 1차 산업 중심에서 고부가가치 신산업으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으며 그 해결 방안의 하나로 기술을 평가해 자금을 지원하는 기술금융에 주목하고 있다.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에 따르면 스페인의 정복자 피사로가 단지 168명의 군사로 고대 잉카제국을 단시간에 무너뜨린 요인은 총으로 대표되는 앞선 기술과 천연두와 같은 병균이라고 한다. 다른 문명과의 접촉이 없었던 잉카제국이 유럽 문명과의 충돌에서 패한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래서일까. 페루는 우리의 기술금융 도입에 특히 적극적이다.
IDB의 요청에 따라 기술보증기금은 지난해 9월부터 올 6월까지 페루의 기술 평가 역량 강화를 위해 ‘페루기술평가시스템(PTRS) 구축 사업’을 수행했다. 그 후속 조치로 9월 페루 리마에서 페루혁신청, 페루 생산부 공무원, 시중은행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기술금융 세미나’를 개최했다. 페루 전역에서 모인 공무원들과 금융기관 관계자들은 진지한 태도로 세미나에 참여했고 현장에서 기술금융 도입에 대한 높은 관심과 기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페루 정부의 정책적 연속성과 더불어 구체적인 시범 사업 모델이 구축된다면 기술금융이 페루를 포함한 중남미에서도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특히 페루는 올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의장국으로서 수도 리마를 포함한 5개 도시에서 정상회의 등 부대 행사를 개최하며 페루 관광 산업 활성화와 참가국들과의 협력 관계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해외시장 뉴스에 따르면 페루는 1998년 APEC에 가입한 후 회원국 대상 수출액이 30억 달러에서 2023년 440억 달러로 약 14배 가까이 성장했으며 우리나라와 디지털, 방산, 공급망. 개발 협력,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제 페루에서 관련 기술 기업의 성장과 함께 우리가 구축한 기술금융이 제 역할을 할 시간만 남았다.
기술보증기금은 페루에 PTRS 전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현재는 또 다른 중남미 국가인 코스타리카에 기술금융 시스템을 전수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IDB와 협력해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국가들이 공통으로 활용할 수 있는 통합 기술 평가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역내 경제 부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기술금융 전수 사업이 국가 간 경제협력에 기여하고 중남미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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