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날인 14일 오전 8시. 입실 시간을 불과 10분 남겨둔 시점에서 서울특별시교육청 제13지구 15시험장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 앞은 수험생들을 이송하는 경찰차가 잇따라 들어오고 있었다.
이날 오전 8시 6분께 여의도여고 앞 1차로 도로에 방범차량을 타고 도착한 권기수 여의도 자율방범대장은 황급히 운전석에서 내려 뒷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한 여학생이 상기된 얼굴로 정문 안으로 뛰쳐 들어갔다. 입구에 서 있던 시험 관리관들도 빠르게 수험표를 확인한 뒤 학생을 건물 안으로 안내했다.
권 방범대장은 “학생 본인이 지각을 했다고 이송을 요청해 여의나루역에서 태워 이곳까지 왔다”며 “제 시간에 도착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차량이 도로를 빠져간 뒤 10분이 채 되지 않은 8시 13분께 영등포경찰서 소속 차량이 도로 반대편에서 급하게 달려와 정문 앞에 섰다. 운동복에 슬리퍼 차림을 한 여성이 학교로 뛰어 들어가 관계자에게 봉투 하나를 건넸다.
시험을 보러 온 동생이 집에 수험표를 두고 가 이를 전달해주러 왔다는 성 모(27) 씨는 잠시 상황을 지켜보다 수험표가 무사히 전달됐다는 소식을 듣고 그제서야 안도한 표정으로 학교를 빠져 나왔다. 성 씨는 “동생이 오전 7시 30분께 입실을 했는데, 이후 집에 수험표를 넣어 둔 봉투를 두고 왔다는 동생의 긴박한 전화가 왔다”며 “긴장하지 말라고 달랜 뒤 택시를 잡으려 했는데, 집 앞에 있던 경찰차에 부탁하니 흔쾌히 승낙해주셨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성 씨는 동생에게 “왜 저래 진짜”라고 하면서도 동생의 시험을 응원한 뒤 자리를 떠났다.
‘신분증 배달 사고’도 발생했다. 이날 오전 8시 16분께 여의도지구대에서 나온 경찰관이 경찰차에서 내려 한 학생의 신분증을 챙긴 뒤 빠른 속도로 빠져나갔다. 경찰 관계자는 “여의도고등학교에 있는 아들이 신분증을 두고 가 가족에게 가져다 달라고 요청했는데, 가족이 여의도여고로 신분증을 가져다줬다”며 “여의도여고에서 신분증을 챙겨 여의도고등학교에 있는 학생에게 무사히 전달했다”고 말하며 한숨을 돌렸다.
한편 이날 경찰은 문제지 호송, 질서유지 및 교통관리, 순찰 등 수능 관리를 위해 경찰 1만256명을 투입했다. 각 시험장 정문에도 입실시간인 오전 8시 10분까지 경찰관 2명을 고정 배치했다.
서울시 내 자치구들도 수험생 수송지원차량 676대를 시험장 인근 지하철역 등에 배치하고 수험생들을 무료로 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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