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기후변화로) 비가 더 많이 올 텐데 댐이 지어졌으니 장마철에도 안심해도 될 것 같아 마음이 놓입니다.”
강원도 원주시 치악산 산자락을 넘어 굽이굽이 난 도로를 따라 오르다 보니 생각보다 작은 규모의 콘크리트댐이 눈에 들어왔다. 댐 주변에는 풋살장과 공연장 등 주민 편의 시설이 개장을 위한 최종 정비 작업에 한창이었다. 주변에는 카페도 들어올 예정이다.
강원 양구(수입천댐)와 충남 청양(지천댐) 등 정부의 기후대응댐 건설 계획을 반대하는 곳과 달리 12일 찾은 원주천댐은 지역 주민들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건설이 이뤄졌다. 원주천댐 자체가 지역의 요구로 건설된 첫 홍수조절 댐이다. 2005년 처음 섬강유역종합치수계획에 건설 계획이 반영된 뒤 2019년 착공해 5년 만인 지난달 말 준공식을 열었다.
지역의 요구라지만 처음부터 건설이 쉬웠던 것은 아니다. 댐 건설 추진 초반에는 고향의 모습이 사라지는 것을 우려해 일부 주민들이 반대하기도 했다. 원주천댐이 위치한 원주 신촌리에서 11년째 이장을 맡고 있는 안호식(58) 주민대표위원장은 “주민들의 합의가 너무 원만하게 이뤄졌다”며 “심의위원회가 방문했을 때 ‘이 지역은 사람이 안 사느냐’고 물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지역 합의가 원만하게 이뤄진 데는 홍수조절의 필요성에 대한 주민들의 공감대가 바탕이 됐다. 원주천댐은 가파른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댐 상류에는 백운산이, 하류에는 치악산이 위치해 있다. 많은 비가 내리면 가파른 백운산 자락을 타고 빗물이 원주천댐 상류로 빠른 속도로 흘러내린다. 작은 하천인 원주천의 수위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홍수가 자주 발생하는데 인근에는 도심이 있어 홍수 발생 시 피해가 크다.
실제 1998년과 2002년·2006년 세 차례 원주천이 범람해 5명의 인명 피해와 535억 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반복되던 홍수는 지역 주민들에게는 트라우마로 남았다. 안 위원장은 “이 지역은 범람이 잦아서 논바닥이 모랫바닥이 되고 수재민이 됐던 기억을 갖고 있다”며 “도심에 흐르는 원주천이 범람해 자동차가 몇 대 떠내려가는 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원주천댐은 평상시에는 다른 홍수조절용 댐인 한탄강댐·군남댐과 마찬가지로 자연 하천과 같이 물이 흐르도록 수문을 열어놓는다. 매년 여름철 홍수기(6월 21일~9월 20일) 많은 비가 내릴 때만 빗물을 담았다가 일정하게 방류해 하류에 흐르는 물의 양을 조절할 수 있다. 총 180만 톤을 저수할 수 있고 하루에 방류할 수 있는 양은 60만 톤이다.
원주천댐은 내년 홍수기부터 본격적으로 홍수조절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유민호 한국수자원공사 원주천댐사업단장은 “원주 도시계획은 80년 빈도의 강우를 견디게 계획돼 있는데 이 댐은 200년 빈도의 강우도 견딜 수 있다”며 “물을 가둬 하류로 흐르는 물의 흐름을 늦추면 물이 천천히 빠져나가 홍수를 조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방자치단체의 건의로 지어진 이 댐은 국비 90%, 지방비 10%로 총 906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건설됐다. 댐과 함께 2차선 도로와 공원, 관리동, 상하수도 시설 등이 함께 들어서며 주민들의 생활 환경도 개선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