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손정의의 영어 애칭)는 한때 엔비디아의 주주였죠."
지난 13일 도쿄 엔비디아 AI 서밋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던진 한마디에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황 CEO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울먹이는 시늉을 했다. 황 CEO는 "괜찮아요, 함께 울어요"라며 애써 위로했다.
이는 소프트뱅크의 엔비디아 투자 실패를 꼬집은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2017년 엔비디아 지분 4.9%를 확보해 4대 주주로 올랐지만 2019년 40억 달러에 전량 매각했다. 현재까지 보유했다는 가정을 하면 1780억 달러(약 250조원)의 투자 수익을 놓친 셈이다.
손 회장은 지난 6월 주주총회에서도 이를 언급했다. 그는 "엔비디아 지분을 조기 매각해 208조원의 손실을 봤다"며 "펀드 실적 제고와 유동성 확보가 필요했다"고 해명했다.
더욱 아쉬운 건 인수 무산이다. 황 CEO는 "상상해보라. 소프트뱅크가 우리 최대주주였다면..."이라고 했고, 손 회장은 "3번이나 인수를 시도했다"고 털어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2016년 ARM 인수 후 손 회장이 "시장이 엔비디아 가치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며 인수를 제안했으나, 황 CEO가 "돈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2020년에도 ARM을 엔비디아에 매각하고 지분 8%를 확보하려 했지만 미국·유럽 반독점 당국 반대로 무산됐다. AI 시대 최고 수혜주가 될 것이란 예측까지는 하지 못한 것이다.
이날 두 CEO는 새로운 협력을 약속했다. 소프트뱅크는 엔비디아 블랙웰 반도체 기반의 일본 최고 성능 AI 슈퍼컴퓨터 구축과 AI 통신망 도입을 발표했다. 황 CEO는 "기존 통신망이 AI 네트워크로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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