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4일 이사 충실 의무를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며 입법 강행 의지를 드러내자 재계는 기업의 경영 부담을 키우고 외부 경영권 공격 세력에 악용될 수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역시 이사 충실 의무를 모든 주주로 확대하는 데 대해 비판하고 있어 상법 개정은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은 이사 충실 의무 확대를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앞서 “기업의 성장을 위한 자금 조달이 원천 차단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면서 “(상법 개정이) 기업 밸류업을 위한 것이라면 야당과 함께 현명한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여당은 상법 개정의 대안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는 방안에 무게를 싣고 있다.
재계는 법안에 담긴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특정 세력이 지지하는 이사 선임을 용이하게 해 선임된 이사가 해당 집단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부작용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대규모 상장사의 감사위원 분리 선출 인원 확대에 대해서는 감사위원회의 독립성 확보가 보장되는 한편 대주주 영향력이 약해져 외부 자본의 장악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8단체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에 대해 “소송 리스크에 따른 의사 결정 지연은 기업의 신산업 진출을 가로막고 투기 자본에 의한 경영권 공격 확대로 기업의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며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켜 선량한 투자자에게 피해를 주고 국부를 유출해 국민과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금은 기업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는 경영 환경을 만들어야 할 때”라며 “국회는 상법 개정을 논의하기보다 어려운 경제 환경을 극복하는 데 힘을 모아달라”고 요청했다.
민주당도 상법 개정에 따른 재계 등의 반발을 고려해 세부 내용에 대한 수정 여지를 열어놓고 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완벽하게 완성된 법안이 아니라 추후 보완·수정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채택한 것”이라며 “상법 개정 시도는 이전에도 여러 번 있었지만 번번이 좌절됐기 때문에 민주당이 의지를 갖고 (상법 개정을) 관철하겠다는 대국민 보고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내 주식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TF)도 추후 경제계와 법률 전문가 등을 만나 의견 청취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한편 이날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상법 개정안에 대한 이견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법안에는 ‘특정 주주의 이익이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도 있었지만 ‘특정 주주’가 대주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돼 민주당은 해당 조항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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