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의 이민자 유입이 2023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민자 고용이 인플레이션 위기 극복에 도움을 줬다는 평가도 있지만, 자국 내 유권자 반발에 직면한 주요 국가에서는 이민자 유입 제한 정책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OECD가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해 38개 회원국으로 합법 이주한 인구가 650만 명을 기록했다고 14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2022년의 기록인 600만 명보다 약 10% 증가한 수치다. 특히 영국이 75만 명의 순이민자 유입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미국(120만 명)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이민자 수용국이 됐다.
난민 신청자 수도 급증했다. 지난해 OECD 국가의 신규 난민 신청자는 전년 대비 30% 증가한 270만 명을 기록했다. 특히 미국은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니카라과, 아이티 등에서 온 신청자가 급증하면서 100만 건 이상의 난민 신청을 접수했는데, 이는 유럽 OECD 회원국 전체의 난민 신청 건수를 합친 것보다 많은 수치다.
합법 이민자의 증가는 이들 국가에 안정적인 노동력을 공급했다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캐나다, 뉴질랜드, 노르웨이, 스웨덴, 독일, 영국 등에서 지난해 초 이후 고용 증가의 대부분이 이민자 유입에 따른 것이었다. 미국에서도 이민자들이 노동시장 안정화에 기여했으며 노동력을 400만 명 이상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민자 급증에 따른 현지 국민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재선에 도전했던 OECD 국가의 집권 정당은 모두 선거에서 패배해 정권을 잃거나 득표율이 크게 떨어졌다. 특히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불법 체류자 추방 등 강경한 이민 정책을 자국 노동자들의 권리 회복과 연결시켜 노동자 계층을 공략했다.
이에 주요 나라들은 이민자 유입에 빗장을 강화하고 나섰다. 캐나다, 호주, 영국은 취업 이민을 제한하는 조치를 도입했으며 캐나다는 처음으로 임시 체류자 수를 제한했다. 또한 이들 국가는 주택시장 과열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유학생 수도 제한하고 있다. 네덜란드도 영어 강의 과정을 줄이는 등 유학생 제한에 동참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치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노동력 부족과 고령화 문제로 이민자에 완전히 문을 닫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OECD 국제이주국의 장 크리스토프 뒤몽 국장은 “2025년부터 이민자 수가 감소할 것”이라며 “합법 이주 경로가 좁아지면서 사회적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해 OECD로의 이민 유입자가 크게 증가한 것이 단순히 팬데믹 이후 회복세 때문 만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글로벌 중산층 확대에 따른 유학생 증가와 함께 선진국들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걱정을 키우기는 대대적인 반(反) 이민정책이 예고된 미국도 마찬가지다. 모건스탠리의 세스 카펜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민 제한은 경제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상승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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